운석 금메달 목에 건 안현수 “빅토르 최 기리기 위해”
남자 1000m 금메달 따내며 명불허전 실력 뽐내
귀화 당시 작명 이유에 대해 "빅토르 최 기리고 싶다"
8년 만에 올림픽에 복귀해 금메달을 목에 건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 열풍이 러시아를 강타하고 있다.
안현수는 15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다. 함께 레이스를 펼친 신다운은 아쉽게 실격처리 되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특히 안현수가 받게 된 금메달은 희소성의 가치가 높은 ‘운석 금메달’인 것으로 밝혀졌다. 소치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2월 15일 러시아 우랄산맥 인근 상공에서 떨어진 운석 파편으로 금메달을 제작했고, 단 7개만이 선수들에게 주어졌다.
이와 함께 안현수가 러시아 귀화 당시 이름을 ‘빅토르’라고 지은 사연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는 상황.
안현수는 이에 대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승리를 뜻하는 영어 ‘빅토리’와 발음이 유사하고, 러시아에서 전설이 된 가수 빅토르 최를 기리기 위해서다”고 밝힌 바 있다.
안현수가 언급한 빅토르 최(1962~1990)는 구소련(이하 러시아) 시절 큰 인기를 모았던 록 가수다. 지난 1990년 교통사고로 요절한 그는 ‘자유’를 갈망한 러시아 젊은이들의 문화대통령이었다.
한국인 2세와 우크라이나 출신 러시안 사이에서 태어난 ‘고려인 3세’ 빅토르 최는 세기의 천재였다. 미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고 글재주도 뛰어났다. 1982년 키노라는 록그룹을 결성, 신이 준 재능을 음악에 쏟아 부었다. 전설이 된 곡 ‘혈액형’을 비롯해 발표한 앨범마다 100만 장 이상 팔려나갔다.
록은 악마의 속삭임이라던 러시아 고위층의 탄압 속에서도 빅토르 최는 굳세게 자신의 록을 이야기했다. 1970~80년대 함부로 내뱉었다간 목숨이 위험한 공산주의 체제 모순까지 가사에 담기도 했다.
철학적이고 의미심장한 가사에 매료된 러시아 젊은이들이 빅토르 최를 추종하기 시작했다. 거리엔 인종차별 스킨 헤드족이 활개를 쳤지만, 그들조차 ‘고려인 3세’ 빅토르 최에 경의를 표했다. 덕분에 러시아에서 구박받던 고려인들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빅토르 최는 1990년 8월 15일 의문의 교통사고로 숨졌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러시아 전역 수천만 명의 젊은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울분을 토했다. 앳된 10대 여학생 5명은 일주일 간격으로 “빅토르 최와 하늘에서 교감을 나누겠다”며 아파트에서 몸을 내던지기도 했다. 현재 모스크바 예술광장 아르바트에는 10여 년에 걸쳐 완성한 빅토르 최 ‘추모의 벽’도 있다. 러시아 청년들 사이에선 ‘통곡의 벽’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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