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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보안 전담기구'? 재탕 우려낸 졸속행정


입력 2014.02.20 15:28 수정 2014.02.20 15:59        김재현, 윤정선 기자

[금융위 2014 업무보고]2005년 '금융보안 전담기구'계획과 같은 방안 제시, 기존 전담기관 활용 못한 보안행정 질타

금융위원회는 20일 2014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오는 2015년 출범을 목표로 '금융보안 전담기구'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금융당국이 오는 2015년까지 금융보안 전담기구를 만든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근 벌어진 카드 고객정보 유출을 포함한 일련의 전산사고를 계기로 산재돼 있는 보안업무를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은 이미 2005년 발표한 금융보안 전담기구 설립을 재탕한 대응책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전담기구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덩치만 부풀리는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20일 금융위원회는 청와대에서 올해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금융보안 전담기구를 2015년 출범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금융감독원과 금융결제원, 코스콤에 분산돼 있던 보안업무를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설하는 금융보안 전담기구는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연구원, 금융결제원, 코스콤의 기능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며 "테스크포스(TF)를 통해 오는 6월 말까지 세부 설립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추진되는 금융보안 전담기구 업무 이관 계획(금융위원회 제공)

구체적으로 금감원(보안 관련 인증)과 금융보안연구원(침해대응, 정책연구, 보안교육), 금융결제원과 코스콤(침해대응, 보안관제) 등의 기능을 하나의 기구에 이관해 금융정보를 보호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기존 전담기관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또 하나의 기관만 만드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 지난 2005년 5월 국내 최초로 발생한 인터넷뱅킹 해킹사고를 계기로 금감원과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정보통신부(현 방송통신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는 '금융보안연구원'을 설립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금융보안연구원 설립을 추진하면서 이를 '금융보안 전담기구'라고 호칭했다. 금융위가 2014년 업무보고에서 보고한 명칭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다.

더욱 금융보안연구원의 기능·역할과 중복된다. △모든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전자금융거래에 대한 해킹, 피싱 등 방어능력 테스트 및 대응방안 수립·시행 △금융부문 정보보호제품 개발, 평가 및 인증 △OTP 통합인증센터 관리 △금융IT 및 정보보호에 대한 정책 연구·개발 △국내외 정보보호 관계기관과 협력 채널 구성 등 앞으로 설립 예정인 금융보안 전담기구 역할과 별반 차이가 없다.

금융보안연구원 설립취지(금융보안연구원 홈페이지 화면 캡처) ⓒ데일리안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금융보안연구원은 OTP 업무를 주로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금융보안연구원에서 맡은 일부 보안업무를 새로운 금융보안 전담기구로 이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금융보안 전담기구라며 금융보안연구원을 만들었는데 또다시 새로운 금융보안 전담기구를 만든다는 뜻이다. 금융당국 스스로도 금융보안연구원을 OTP 업무만 주로 하는 '절름발이 기관'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보안연구원도 과거 금융사고가 터진 후 만든 것"이라며 "이번 카드 고객정보 유출로 또 다른 보안기관을 만들겠다는데 이는 전형적인 관료주의"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금융결제원과 코스콤은 보안사고가 난 기관이기도 하다"며 "도대체 누가 누구를 감독하겠다는 거냐"고 되물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금융권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선 작은 정부가 중요하다"면서 "금융당국은 스스로 비대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또 그는 "금융정보를 한 곳에 담으면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며 "실정도 제대로 모르는 금융당국의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지적에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보안연구원은 비영리사단법인만큼 정부의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게 아닌 회원사 요청을 받는 구조"라며 "새로운 금융보안 전담기구는 금융 IT 보안을 전담하는 공적 기구가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새로운 전담기구가 '공공기관'이냐는 기자의 물음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공적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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