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박주영?!’ 논란에 골로 응답
발탁 과정 논란과 우려에 그리스전 골로 건재 알려
유연한 움직임에 탁월한 골 감각 여전 ‘홍명보 흐뭇’
논란 속에도 홍명보 감독이 발탁을 강행한 박주영(29·왓포드)이 골로 응답했다.
17개월 만에 A매치에 나선 박주영은 6일 오전 2시(한국시각) 아테네 카라이스카키 스타디움서 킥오프한 그리스전에 선발 출전, 전반 18분 손흥민 어시스트를 받아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한국-그리스전 하이라이트였다. 박주영이 태극마크를 달고 골을 터뜨린 것은 2012 런던올림픽 일본과의 동메달결정전이다. A매치 기준으로는 2011년 11월 UAE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이후 846일 만이다.
아스날에서의 벤치 생활 기간 자신을 둘러싼 십자포화에도 침묵을 지키며 기회를 기다렸던 박주영은 이날 골로 응답했다. 결과적으로 홍명보 감독의 모험은 일단 또 성공했다. 런던올림픽에서 후배들을 이끌고 한국 축구의 사상 첫 메달을 가져온 박주영은 13개월 만에 복귀한 대표팀에서도 건재를 알렸다.
홍명보 감독은 이날 과감하게 13개월 만에 대표팀에 승선한 박주영 카드를 먼저 꺼내들었다. 그리고 소속팀에서 출전기회를 잡지 못해 논란 속에 발탁된 박주영은 홍명보 감독 기대와 믿음에 부응했다.
뛰어난 위치 선정과 침착한 마무리가 빛났다. 전반 18분, 왼쪽에서 손흥민이 공을 잡자 박주영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이를 포착한 손흥민은 바로 로빙 패스를 날렸고, 박주영은 타이밍을 잡고 논스톱 슈팅으로 골문을 열어젖혔다. 탁월한 골 감각에 월드컵 유럽예선 12경기 가운데 8경기 무실점을 기록한 그리스 수비라인도 한 순간 무너졌다. ‘역시 박주영’ ‘이래서 박주영인가’ 등의 감탄이 나올 정도의 유연하고 안정적인 마무리였다.
박주영은 전반만 소화했지만 진가를 드러내기에는 충분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제골 외에도 미드필더진과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로 공격의 활로를 열어갔다. 전반 7분에는 예리한 패스로 이청용에게 결정적 찬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됐지만 하프라인 부근까지 내려와 힘을 보태는 왕성한 활동량도 눈에 띄었다.
박주영은 아스날과 왓포드에서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해 실전감각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그리스전에서 활발한 움직임과 탁월한 골 감각, 그리고 녹슬지 않은 패스까지 봉인됐던 모든 것을 토해냈다.
홍명보 감독은 그리스전 박주영 활약에 대해 ”전날 최종 훈련을 치르면서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해 선발 투입했다”며 “박주영 가세에도 조직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다. 더 시간을 주고 싶었지만 왼쪽 무릎에 작은 부상이 있어 전반만 뛰게 했다”고 밝혔다.
박주영이 28개월 만에 맛본 A매치 골로 자신감까지 충전, 홍명보 감독은 원톱 고민에 대한 실마리는 물론 다양한 공격 옵션을 장착하게 됐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 제출까지는 아직 2개월 이상의 시간이 남았다. 한때 대표팀 합류 자체도 회의적이었던 박주영이 그리스전 한 방으로 위력을 과시하며 이제는 엔트리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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