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인명사전? "마치 범죄집단처럼…민주당 비열"
친이계 인사 상당수 등재, 새누리 "노무현 낙하산 인사는?"
“예전에 ‘친일인명사전’을 펴낸 적이 있었는데, 친일의 ‘일’자를 ‘박’자로 글자 하나 바꿔서 마치 범죄 집단과 같은 뉘앙스를 풍기게 하는 것은 비열한 수법이다.”
‘공공기관 친박(親朴) 인명사전’에 명단을 올린 윤창현 한국사학진흥재단 비상임 이사는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친박 인명사전을 발간한 데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윤 이사는 11일 ‘데일리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렇게 따지면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웠던 사람들은 다 좋은 자리에 앉은 것 아니냐”며 “(같은 논리라면) 당시 잘나간 사람들은 노 전 대통령의 특혜를 받은 것으로 폄훼해야 하는 것이냐. 그렇다면 친박사전 대신 친노(親盧)인명사전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과 가깝다고 해서 인격을 폄훼하고 마치 나쁜 사람인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며 “어떤 조직을 위해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특혜가 있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유감이다. 역할을 하고 있는 분들을 폄훼하는 것은 공당으로 자제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윤 이사는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이사를 역임하고 있지만, 상근직이 아닌 무보수의 명예직으로 일하고 있다. 이 이사는 “상근직으로 있는 것도 아니고 급여도 받지 않는 봉사직인데, 그것을 친박이라고 하니 할 말이 없다”며 “상황에 대해 잘 알아보고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친박 인명사전에는 84개 공공기관의 기관장, 감사, 이사 등 117개직, 114명의 명단이 올라와 있으며,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을 통해 2013년 이후 선임된 공공기관 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친박’ 인명사전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상당수의 친이(親李)계 인사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연구재단,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비상임 이사를 역임하고 있는 김창경 이사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을 역임했고,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도 친이계로 분류된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이 같은 친박 인명사전을 발간한 배경과 관련해, ‘박근혜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을 화두로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박근혜정부를 심판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내포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친박 인명사전을 펴낸 민 의원은 사전 서두에서 “박근혜정부가 전문성이 결여된 친박근혜 인사들을 줄줄이 공공기관에 투입하는 것은 틈만 나면 외치던 공공기관 개혁의제에 비추어 볼 때 모순이며 국민기만”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시기에는 기관장, 감사, 이사에 머물던 인사가 이제는 사외이사 범주까지 넓혀가고 있다”면서 “이런 공공기관 인사 문제의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에 대한 친박 중심 인사를 중단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공기업 개혁도 이뤄질 수 없으며 비정상화의 정상화 또한 공염불에 불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향후 제2차, 3차 인명사전에 대한 추가·보완 작업을 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은 즉각 ‘지방선거를 겨냥한 21세기 마녀사냥’이라고 반박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급조된 맹탕사전”이라며 “대다수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임명됐고, 인사들 가운데는 친이계 인사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능력을 갖춘 분이나 업무 연관성이 있는 분들도 낙하산이라고 매도한다면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참여정부 당시 낙하산 인사 실태와 관련,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낙하산 인사를 지적하는 언론을 향해 ‘국정에 큰 지장 없이 할 테니 (낙하산 인사) 그거 하나는 봐 달라’고 말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에 따르면, 105개 정부 산하기관의 490여명의 임원 가운데 80여명이 친여 인사라고 지적했고, 참여정부와 정치적 인연을 바탕으로 공기업 임원에 임명된 100여명이 ‘청맥회’라는 모임까지 만들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박 대변인은 “자신들의 과오는 모르쇠로 하며 어떻게든 선거에 이겨보겠다고 용을 쓰는 민주당의 행태가 안쓰럽기까지 하다”며 “민주당은 무분별한 네거티브 공세를 멈추고 정정당당하게 지방선거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