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불안도 막지 못한 류현진 ‘에이스 본능’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4.03.23 17:02  수정 2014.03.24 11:22

한화 시절부터 불안한 수비에 단련된 모습

위기에서 더욱 위력적인 공 뿌리며 무실점 투구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피칭을 이어간 류현진. ⓒ 연합뉴스

‘다저스 괴물’ 류현진(27·LA 다저스)이 완벽한 피칭으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류현진은 24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펼쳐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개막 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동안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의 투구로 팀의 7-5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시범경기서 다저스 선발진 가운데 가장 좋은 구위를 보였던 류현진은 정규시즌에 접어들자 더욱 위력적이었다. 징크스였던 1회 부진도 말끔히 털어낸 모습이다. 1회말 상대 1, 2번 타자를 모두 뜬공으로 처리한 뒤 폴 골드슈미트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곧바로 4번 마틴 프라도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1회를 마쳤다. 류현진은 지난해 30경기서 1회 평균자책점이 5.10에 달했다.

특히 4회에는 잇따른 수비불안으로 실점 위기에 놓였지만 특유의 에이스 본능이 살아나며 애리조나 타선을 힘으로 윽박질렀다.

4회 선두타자 골드슈미트의 직선타구를 2루수 디 고든이 놓치며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후 프라도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한숨 돌린 류현진은 후속 타자 미겔 몬테로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하며 병살로 이닝을 마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유격수 헨리 라미레즈와 2루수 고든의 호흡이 맞지 않는 사이, 1루 주자와 타자 주자가 모두 세이프 되는 아쉬운 수비가 나오고 말았다. 그래도 류현진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마크 트럼보를 외야 플라이로 처리한 류현진은 파라마저 삼진으로 처리, 관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사실 위기에서 더욱 빛나는 류현진의 에이스 본능은 과거 한화 시절부터 단련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타선의 득점지원이 현저히 떨어져 승수를 쌓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류현진은 급기야 등판 때마다 야수들이 실책을 범하는 횟수가 잦았다. 그럴 때마다 류현진은 밝은 미소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반응을 보였고, 특유의 삼진 능력을 앞세워 자체적으로 위기탈출을 하곤 했다.

미국 현지에서 많은 의구심을 나타낸 2년차 징크스도 류현진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구심을 맡았던 데일 스캇 심판은 경기 내내 들쭉날쭉한 스트라이크존으로 투수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따라서 애리조나 선발 트레버 케이힐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데 크게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다. 반면, 류현진은 달랐다. 오히려 뛰어난 제구력을 앞세운 절묘한 코너워크로 애리조나 타선의 허를 찌르기 일쑤였다. 상대 타자들의 루킹 삼진이 많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소화 이닝이 5회에 그쳤다는 점이다. 류현진은 주루 플레이 도중 발가락에 통증을 느꼈고, 이로 인해 5회 들어 갑작스럽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 이닝을 마쳐 승리 투수가 되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경기 초반이었다면 자칫 조기 강판이 될 수도 있는 아찔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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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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