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교과서 한 곳도 '천안함' 다루지 않고 있다"

김소정 기자

입력 2014.03.26 12:01  수정 2014.03.26 13:39

스토리 케이 "고교 교과서 8종 중 5종 언급 없어" 문제 심각

천안함 피격사건이 4주기를 맞도록 우리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서는 이 사건을 다룬 것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26일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4주기 추모식. ⓒ연합뉴스

‘천안함 사건에 대해 중학교 역사교과서 9종 중 단 한 종도 다루지 않고 있었으며,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는 8종 가운데 5종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2010년 3월26일 해군 1200t급 초계함인 천안함이 백령도 해상에서 북한 어뢰에 폭침당해 침몰, 승조원 46명이 전사한 사건이 2012년 교육부 검정을 거쳐 2014년부터 일선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중고등학교 교과서 대부분에서 빠져 있다.

천안함 폭침사건을 기술한 교과서 중에서도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 중 지학사는 당초 ‘천안함 침몰사건’이라고 표기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수정했으며, 두산동아는 ‘천안함 사건’이라고만 표기했다가 수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천안함 폭침 4주기를 맞아 청년지식인포럼 스토리 케이(Story K)가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서 천안함 피격사건이 어떻게 기술되고 있는지 살펴본 결과 고등학교 교학사 교과서만이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교과서들이 사건 자체를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한 줄 설명에 그치는 수준이었지만 교학사 교과서는 ‘(북한이) 2010년 백령도 해상에서 천안함을 어뢰 공격으로 폭침시켜 46명을 사망케 했다’고 기술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Story K가 분석해본 결과 대부분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서 북한의 도발을 소홀히 취급하고 있었다.

특히 중학교 교과서에서 북한이 대한민국의 국가원수를 직접 겨냥해 저지른 테러인 1.21청와대침투사건과 육영수 여사 시해사건, 아웅산 테러사건 등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아웅산테러사건을 언급한 교과서는 교학사와 천재교육 두 곳 뿐이었다.

고등학교 교과서 가운데 금성교과서는 대표적인 북한 도발사건에 대해 단 한 사건도 기술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종철 Story K 대표는 “중학교 역사교과서에서 북한의 도발을 기술하지 않고 있는 것은 2011년 11월9일 교육부가 발표한 개정 집필 기준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대한민국 현대사 관련 네 가지 기준 중에 세 번째 ‘1970년대 이후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이 꾸준히 전개되었음을 파악하고, 북한 사회의 변화와 오늘날 북한의 실상을 이해한다’는 항목이 있는 대신 하위 서술에서 ‘북한의 도발을 기술하라’는 지침은 언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일곱 가지 집필 기준 중에 다섯 번째로 ‘북한사회의 변화와 오늘날의 실상을 살펴보고, 남북한 사이에서 전개된 화해와 협력을 위한 노력을 파악한다’는 항목을 두고, 이 부분에서 또 ‘북한의 도발 등으로 남북 간의 갈등이 반복되었으나, 통일을 위한 남북한 당국 간의 평화체제 구축 협상과 민간 부문의 교류·협력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었음에 유의한다’고 되어 있다.

이 대표는 “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의 경우 집필 기준에서 북한의 도발 부분이 어느 정도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금성교과서처럼 북한의 도발을 일체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은 분명한 집필 기준의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1987년 대한항공기 공중폭발 테러는 순수 민간인들에 대한 공격이었고,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은 북한의 테러로 우리 국군 46명이 희생된 참사였다. 이런 일련의 북한 테러사건을 교과서가 싣지 않거나 소홀히 하고 있는지 교육부는 해명해야 하고, 면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시정 조치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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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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