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넌트' 류현진, 반짝반짝 빛난 에이스 본능
천적, 바뀐 투수, 어수선한 분위기 딛고 '완벽투'
본인의 호투로 승리 부르고 긍정의 바이러스 퍼뜨려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27·LA다저스)이 완벽에 가까운 피칭으로 시즌 2승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12일(한국시각)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 필드서 열린 ‘2014 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안타 2개와 볼넷 하나만을 내주고 시즌 최다인 삼진 8개를 잡아내며 7이닝 무실점 호투로 6-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호투로 류현진은 시즌 2승(1패)째를 올렸고, 3.86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방어율)도 2.57로 뚝 떨어뜨렸다. 지난 5일 샌프란시스코전 2이닝 8실점(6자책점)에서 나타났던 모든 불안요소를 말끔하게 씻어낸 압도적인 투구였다.
단 한 경기 만에 모든 것이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지난 5일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악의 피칭을 했던 탓에 팬들 역시 우려 섞인 시선으로 애리조나전을 지켜봤지만, 그 모든 것은 기우였다.
‘천적’이라던 폴 골드슈미트도, 바뀐 포수와의 호흡도, 어수선한 다저스의 팀 분위기도 류현진 발목을 잡을 수 없었다. 오히려 류현진의 눈부신 호투가 승리를 부르면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빠진 마운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애리조나 타자들은 그 누구도 2루 베이스를 밟지 못했다. 류현진을 상대로 16타수 8안타(1홈런) 5타점을 기록했던 골드슈미트는 이번 경기에서 류현진에게 삼진 2개 포함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내셔널리그 홈런-타점 선두 마크 트럼보(5홈런 13타점)도 마찬가지로 삼진 2개 포함 3타수 무안타.
시즌 2승(1패)째를 거둔 류현진은 지난 경기에서 치솟았던 평균자책점을 2.57로 끌어내리는데 성공했다. 얻어맞은 샌프란시스코전을 제외한 나머지 3경기에서 19이닝 7피안타 무실점의 놀라운 기록. 단 한 번의 실수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그것을 만회하고도 남을만한 힘이 류현진에게는 있었다.
다저스 입장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깔끔한 경기력 속에 거둔 기분 좋은 승리였다.
마운드에서는 선발투수가 능수능란하게 상대 타선을 요리하고 있었고, 타선에서는 1회초 투런 홈런 포함 3안타 5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애드리언 곤잘레스가 원맨쇼를 펼쳤다. 이번에는 불펜도 안정적이었다. 류현진 뒤를 이어 8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제이미 라이트가 남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말 그대로 ‘완벽한 승리’였다.
사실 다저스는 최근 팀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아 있었다. 부상 중인 에이스 커쇼의 복귀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고, 주전 포수 A.J. 엘리스도 무릎 관절경 수술을 받아 전열에서 이탈했다. 믿었던 마무리 켄리 젠슨은 연거푸 블론 세이브와 패전을 기록했고, 거기에 ‘사고뭉치’ 야시엘 푸이그의 돌발 행동 등이 더해지면서 뭔가가 꼬여가고 있었던 것.
그런 상황에서 류현진이 등장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정도의 훌륭한 투구를 선보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개인 기록은 물론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역할까지 동시에 해냈다. 에이스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류현진이 해낸 것이다.
커쇼가 없는 상황에서 류현진은 잭 그레인키(2승 평균자책점3.27)와 더불어 팀의 선발 마운드를 이끌어가야 하는 책임이 있다. 지금까지는 아주 잘해주고 있다. 한 번의 실수가 있긴 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류현진의 피칭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올 시즌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메이저리그 팀의 에이스로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다저스 구단 역시 흔들리는 팀 분위기 속에서도 휩쓸리지 않고 안정감 있는 피칭을 보여주는 류현진이 고마울 수밖에 없다. 경기를 지배했던 류현진, 그의 에이스 본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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