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이네" 지방은행의 민원대처 자세
지방은행 "제가 직접 처리해드리겠습니다" VS 시중은행 "이렇게 하시면 되요" 안내만
시중의 주요 은행들이 금융감독원이 평가하는 민원발생 평가에서 하위권에 머무는 '굴욕'을 당한 가운데, 지방은행들의 민원처리 평가는 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방은행들이 시중 주요 은행들보다 민원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여기에 지방 민원인의 경우, 은행원들이 같은 고향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은행원의 민원처리에 관대하고 민원도 쉽게 취하하는 경향도 있어 지방은행의 민원발생 평가가 좋은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24일 발표한 '2013년도 금융회사 민원발생평가 결과'에 따르면 1등급(민원처리 최우수)은 대구은행과 광주은행이, 2등급은 경남, 부산, 전북은행이 차지했다. 주요 은행 가운데에서는 기업은행과 외환은행만이 2등급에 이름을 올려놓아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지방은행이 시중 주요 은행보다 높은 등급을 받은 주된 이유는 민원처리의 '적극성'이다. 대구은행의 경우 그 적극성이 매우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대구은행은 "타행에 돈을 잘못 송금했다"는 민원에 대해 은행원이 타행을 직접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민원인이 '발품'을 팔 필요가 없었다.
타행으로 잘못 송금된 돈을 회수하는 방법을 '안내'만 해주는 시중은행과는 달리 대구은행은 민원인이 번거로움이 없도록 문제를 직접 해결해준 것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최근 급증하는 개인정보 유출 등 금융사고에 철저히 대비하고 금융소비자들을 적극 보호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부를 신설했다"면서 "소비자보호리포트·소비자보호 뉴스레터 발간·소비자보로창구 지정 등 소비자 불만을 사전에 예방하고 낡은 관행과 불합리한 차별행위를 개선하기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대구은행,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의 경우 민원처리에 매우 적극적이다"라면서 "반면 시중은행은 지방은행에 비해 적극성이 떨어지고 무엇보다도 주요 은행들을 중심으로 최근 전자금융 사기, 보이스 피싱, 메모리 해킹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한 것도 주요은행들의 등급을 떨어뜨리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경우 점포망이 지방의 관할지역에 위치해 있는데 은행원과 고객이 같은 지역 출신이다 보니 민원처리가 좀 더 수월하다는 이점도 있다"면서 "'우리가 남이냐'라는 심리가 어느정도 있기 때문에 접수된 민원의 경우에도 신속하게 철회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은행에 접수된 민원이 신속하게 처리되거나 민원 철회가 횟수가 많을수록 은행들의 민원발생 평가에 이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민원철회 횟수가 많다는 것은 은행원이 민원인을 빨리 설득·이해시켰다는 증거다. 때문에 적극성 평가 부문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는다"면서 "민원처리 기간도 평가항목의 중요요소"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5년간 15개 은행들의 민원발생 평가 등급은 지방은행들이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하고 주요 시중은행들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대구은행의 경우 8년 연속으로 민원발생 평가 최고 등급인 1등급을 받았다. 부산·전북은행의 경우에도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우수등급인 2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광주·경남 은행은 2009년과 2010년 하위권인 4등급과 5등급을 기록했지만 2011년부터 평가 성적이 2등급으로 급상승, 현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광주은행의 경우 2013년 평가에서 1등급에 오르기도 했다.
반면 시중 주요은행의 민원처리 평가는 '낙제점'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농협은행의 평가점수는 5년 내내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농협은 2009년과 2010년 4등급을 기록한 뒤 2011년부터는 5등급으로 주저 앉은 후 평가 등급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의 성적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2009년 최하위인 5등급을 기록했다가 2010년과 2011년 3등급을 유지하는 무난한 성적을 보였지만 이후 다시 평가성적이 떨어져 2013년에는 5등급으로 다시 주저앉는 불명예를 안았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대한 평가 성적은 무난한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2009년 4등급을 기록했다가 2010년과 2011년 2등급을 받는 등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후 2012년과 2013년에는 3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009년 최하위를 기록했다가 지난해까지 줄곧 3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2등급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아왔지만 지난해 평가에서 4등급으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주요 은행 가운데에서는 외환·기업은행만이 2등급 판정을 받으며 체면치레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씨티·한국스탠다드차타드(SC) 등 외국계의 평가등급도 '낙제점'이다. 2013년 민원발생 평가에서 씨티와 SC은행은 각각 4, 5등급의 평가를 받았다.
이에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지방은행에 비해 점포수와 고객수가 많다보니 지방은행에 비해 접수되는 민원건수가 많아 평가등급이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소비자보호 이슈가 부각된 만큼 자체적으로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반면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의 민원발생 평가를 진행할 때 은행의 점포수, 고객수 등 규모 커서 평가가 좋지 않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면서 "농협은행 같은 경우, 민원처리에 대한 적극적인 마인드가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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