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이명주, 외면에 성숙한 대처
해외파에 밀려 브라질행 무산, 축구팬 갑론을박
‘자신 탓’ 하며 K리그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달성
이명주(24·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3~4일 동안 생애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8일 홍명보 감독이 발표한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 명단에 이명주의 이름이 빠진 것을 두고 많은 축구팬들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명주는 최근 K리그에서 단연 최고의 활약을 이어가며 브라질행이 기대됐으나 동 포지션에서 해외파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월드컵에 대한 꿈을 키워오며 구슬땀을 흘렸던 젊은 선수에게는 큰 충격이었지만 이명주의 대응은 성숙했다. 탈락의 책임을 자신의 부족함에 돌리며 더 분발하겠다는 채찍질로 삼았다. 그리고 월드컵의 꿈을 접은 지 불과 이틀 후 K리그 연속 공격 포인트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또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명주는 지난 1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의 홈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포항의 3-1 완승을 이끌었다. 부산 아이파크와의 2라운드 경기부터 시작된 연속 경기 공격 포인트 행진은 10경기로 늘었다.
종전 기록은 마니치(1997년), 까보레(2007년), 에닝요(2008년), 이근호(2013년,K리그 챌린지)가 보유한 9경기 연속이었다. 프로 경력 3년차 밖에 되지 않은 젊은 선수가 K리그 역사의 중심으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이명주가 전반 26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연속 경기 공격 포인트 신기록을 달성하자 포항 선수들은 단체로 이명주를 번쩍 들어 올려 가마를 태우며 축하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이명주의 이름을 연호하며 월드컵 탈락의 아쉬움을 위로했다.
지난해 정규리그와 FA컵 더블을 달성했던 포항은 올 시즌 주축 선수들의 이적과 부상 공백 속에 전력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우려를 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포항은 올해도 전반기 종료까지 정규리그 1위(8승1무3패·승점 25)를 달리며 월드컵 휴식기를 맞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무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했으며, 지난 13일 전북 현대와의 16강 1차전에서는 2-1로 이겨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3연패에 도전하는 FA컵에도 16강에도 올랐다. 트레블로 가능한 성적표다.
그 중심에 이명주가 있다. 올 시즌 5골, 9도움을 기록하고 있는 이명주는 말 그대로 포항 공격의 핵이다. 대형 공격수가 없고, 선수층도 얇은 포항이 특유의 스틸타카를 앞세워 매 경기 꾸준한 화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이명주의 물오른 공수 조율과 결정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월드컵 탈락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명주의 미래는 밝다. 이명주가 지금처럼 순탄하게 성장을 거듭해주고, 대표팀에 그의 전술적 가치를 알아줄 지도자가 등장한다면 한국축구에 이명주의 시대가 오지 말란 법은 없다. 이명주의 전성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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