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전 가능성에 유가 급등…국내증시 한숨 더 깊어지나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6.03.10 07:08  수정 2026.03.10 07:08

전쟁 장기화 우려에 유가 급등

전쟁 중인데…美 증시는 '안정적'

신흥국 자금, '도피처' 美로 향할까

유가 상승 폭, 지속 여부 주목해야

이란 테헤란에서 치솟는 연기를 사람들이 옥상에서 지켜보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코스피가 크게 출렁이는 흐름이 반복되는 가운데 전쟁 후폭풍으로 인한 유가 고공행진이 추가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쟁 장기화와 맞물린 유가 급등이 이어질 경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돼 신흥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33.00포인트(5.96%) 내린 5251.87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했다는 소식에 투자심리가 쪼그라들며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만 약 3조2063억원을 팔아치웠다. 기관 투자자도 약 1조5384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기관의 투매 여파로 코스피는 장 초반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를 차례로 겪었다.


서킷 브레이커는 직전 매매거래일 대비 8%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될 경우 발동되며 20분간 거래정지 조치가 취해진다.


거래소는 서킷 브레이커 발동 원인으로 "중동발 유가 급등 영향 및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를 꼽았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5584.87)보다 333.00포인트(5.96%) 하락한 5251.87에 마감한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개인 투자자들이 이날 코스피에서 약 4조6270억원을 사들이며 5000선 붕괴를 막아냈지만, 증권가에선 향후 반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조정 국면을 벗어날 거란 관측보다는 국제정세 후폭풍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보수적 접근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급락했던 사례에서 'V자 반등'은 드물었다"며 "대부분 '두 번째 바닥'이 더 낮은 'W자 바닥'이었다. 불확실성이 확정되기까지 공포를 반영하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고유가 영향으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되면 신흥국 증시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전쟁 장기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구체적으로 시장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것은 유가"라며 "최근 랠리를 이어 온 한국 시장 추가 상승에 부담이 생길 수 있는 이유는 기존의 신흥국 우위 매크로 환경이 되돌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위험자산을 줄이고 안전자산을 늘리는 '리스크 오프(risk-off)' 국면이 본격화할 경우, 올해 부진했던 미국증시가 자금 도피처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3월 들어 S&P500의 낙폭은 2% 미만으로 유지된 반면, '미국 외 지수(ACWX)'는 7%에 달하는 하락세를 보였다.


서정훈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주식팀장은 "전쟁 당사국인 미국증시 성과가 여타 주요 증시 대비 두드러진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결국 유가가 언제까지, 얼마나 오르느냐가 국내증시 변동성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두언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투자의 핵심은 '무엇이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그 일이 얼마나 오래갈 것인가'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가 115달러를 넘어서는 구간은 역사적으로 코스피·코스닥 모두 평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극단의 스트레스 존"이라며 "유가가 어느 단계에 위치해 있는지, 그 단계가 얼마나 지속될지를 읽는 것이 투자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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