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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홍명보 감독의 아쉬운 동문서답


입력 2014.05.13 15:26 수정 2014.05.13 15:46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원칙 논란에 대해 "내가 깼다" 팬들 또 실망

절차와 과정 문제 제기에 '결과'라는 동문서답

최종엔트리 논란은 '절차와 과정'에서 비롯된 문제였다. ⓒ 연합뉴스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가 발표된 이후 논란이 거셌다.

홍명보 감독이 아끼던 런던올림픽 멤버들이 대거 승선하고, 소속팀에서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이던 선수들이 탈락한 것을 두고 선발 기준의 공정성 논란까지 일면서 '인맥축구' '엔트으리' 같은 부정적인 패러디들도 등장했다.

파주 NFC에서 축구대표팀 1차 소집이 있었던 지난 9일은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일부 선수들이 최종엔트리 발표 이후 첫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자리였다. 아무래도 최종엔트리 논란을 둘러싼 곱지 않은 여론에 어떤 식의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됐다.

논란의 중심에 있던 홍명보 감독에게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이날 홍 감독의 발언은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원칙' 논란에 대해 질문을 받은 홍 감독은 "맞다. 내가 원칙을 깼다"면서 오히려 당당했다.

홍 감독은 지난해 사령탑 부임과 동시에 "소속팀에서 활약이 대표팀 발탁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최종엔트리 선발 후에는 "어떤 선수를 선발하든지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며 말을 바꿨다. 대신 "팀을 위해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었다.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었다.

최종엔트리 논란은 '절차와 과정'에서 비롯된 문제였다. 그에 대한 지적에 '결과'로 보답하겠다는 것은 동문서답이었다. 많은 이들이 홍명보에게 실망한 것은 ‘원칙을 깼다’는 사실 자체보다 왜 '원칙을 깨야만 했느냐'에 대한 명분과 공감대였다.

선수선발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다만, 홍 감독에게 필요한 것은 처음부터 지키지도 못할 원칙을 운운할 필요 없이 '잘 알고 원하는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하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태도였다.

그랬더라면 최소한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하고도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한 선수들과 실망한 팬들의 가슴을 두 번 아프게 하지는 않을 수 있었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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