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히 불필요한 박주영 '국민 운운' 언행
NFC 입소 당일 발탁 논란에 대한 입장 밝히면서 '국민' 의견 꺼내
최선 다하겠다는 의지로도 보이나 최종엔트리 멤버로서 불필요한 발언
특혜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공격수 박주영이 파격 발언으로 이목을 끌어당겼다.
12일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 소집된 박주영은 "국민들이 내가 월드컵에 가는 것을 정말 원하지 않는다면 개인적인 욕심으로 억지로 갈 생각은 없다"면서도 "믿어준다면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주영도 자신을 둘러싼 여론이 곱지 않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고 있다.
애슐리 콜, 가레스 배리(이상 잉글랜드), 사미르 나스리(프랑스), 카카, 호나우지뉴(이상 브라질) 등 세계적인 선수들조차 모국이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고 자신도 소속팀에서 선전했지만 정작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하거나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시즌 아스날과 왓포드에서 거의 출전기회도 잡지 못한 박주영이 최종엔트리에 포함된 것을 두고 원칙 파괴와 특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박주영 발언은 그만큼 배수의 진을 치고 월드컵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왕이면 최종엔트리가 발표되기 전이나 소속팀에 있을 때 그런 발언을 했더라면 더 진정성이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피할 수 없다.
홍명보 감독은 2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병역논란에 휩싸였던 박주영을 발탁하며 "박주영이 군대에 가지 않으면 내가 군대를 대신 가겠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때 홍 감독의 발언과 지금 박주영의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월드컵에 가지 않겠다"는 발언의 공통점은 둘 다 책임질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이다.
홍명보 감독이 발표한 것은 예비엔트리가 아니라 최종엔트리다. 박주영도 자신이 월드컵에서 홍명보호 주전으로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박주영은 이번 월드컵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2년 전 올림픽 때 병역혜택과 유럽에서의 선수생활을 이어가야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듯, 이번에도 아스날과 왓포드에서 선수로서 가치를 입증하지 못한 박주영은 월드컵을 통해 주가를 되찾아야 한다. 박주영의 최종엔트리 발탁을 대국민 여론조사로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결과가 어떻든 홍명보 감독과 박주영의 월드컵 동행이 바뀌지 않으리라는 사실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어차피 활은 시위를 떠났다. 홍명보 감독과 박주영은 자신들의 의지대로 원하는 길을 선택했다. 박주영은 발탁되기에는 원칙에 맞지 않았지만 승선했고, 홍 감독이 그를 택했다는 것까지가 결과다. 그것은 월드컵에서 어떤 성과를 올리느냐에 따른 '결과'와는 또 다른 기준에서 평가받아야할 문제다.
홍 감독이 자신이 원하는 팀을 만들기 위해 박주영과 올림픽 멤버들이 필요했고, 박주영도 월드컵을 통해 이뤄야할 것이 있었기에 모든 특혜와 논란을 불사하고 대표팀에 들어왔다. 그 대목에서 ‘국민 운운’은 과히 불필요한 언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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