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넥센전에서 김응용 감독은 심판 판정에 격분해 선수단 철수 초강수를 뒀지만 퇴장 명령을 받았다. ⓒ SBS SPORTS 중계
한국 프로야구가 끊임없는 오심의 소용돌이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심판도 사람이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같은 뻔한 레퍼토리로 무마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요즘은 하루에 한번 이상 오심이 나오지 않는 경기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거듭되는 판정논란에 심판에 대한 신뢰를 땅바닥으로 추락했고, 경기력과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로야구가 오심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것은 오래됐다. 지난 시즌에는 ‘역대급’ 오심이 수차례 나오며 팬들의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올해도 이런 부분이 개선되기는커녕 논란이 더 빈번해졌다. 더구나 결정적인 순간에 터져 나오는 오심으로 승부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잦다는 게 문제다.
오심을 저지른 심판들은 약간의 징계와 사과, 그리고 “다음에 더 잘 하겠습니다” 정도의 다짐이면 끝이지만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 한 경기를 위해 몇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땀과 노력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최근 목동구장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3연전은 그야말로 오심 시리즈였다.
공교롭게도 한쪽에 유난히 불리한 오심들이 쏟아지며 편파 판정 논란까지 일어났다. 20일 경기에서 넥센 3루 주자 김민성이 홈으로 쇄도하며 포수태그에 걸려 홈플레이트를 밟지 못하고 아웃됐음에도 이영재 심판은 세이프 판정을 내렸다. 공교롭게도 이 점수가 이날 경기의 결승점이 됐고 한화는 1-3으로 패했다.
21일 2차전에서는 선수단 철수와 감독 퇴장까지 이어지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6회말 윤석민의 2루타가 라인을 아슬아슬하게 걸치며 페어·파울 판정 여부를 놓고 갈등이 벌어졌다.
이미 전날 경기의 오심으로 예민했던 한화 선수단은 강력하게 항의했고, 김응용 감독은 선수단을 철수시켰다가 퇴장을 당했다. 올 시즌 감독 퇴장 1호다. 당시 상황은 오심이라기에는 조금 모호한 부분이 있었지만 그만큼 판정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한화는 이 경기에서 9-7로 이겼다.
오심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4-4로 맞선 한화의 9회초 공격서 고동진의 내야안타성 타구는 1루에서 아웃 판정을 받았다. 베이스커버를 들어간 투수 마정길이 공을 포구하는 순간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진 것이 중계 화면에 잡혔지만 심판은 이를 보지 못했다.
22일 열린 3차전에서도 6회 넥센 김민성이 유격수 땅볼 친 것을 한화 1루수 김태균이 점프해서 송구를 받으며 먼저 베이스를 밟았지만 심판은 타자의 세이프를 선언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1루심은 전날 파울/페어 타구 판정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준희 심판이었고, 넥센 김민성은 이틀 전 홈베이스 오심으로 김응용 감독 퇴장의 빌미를 제공한 사건의 당사자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돌고 도는 오심의 악순환을 보여준 대목이다.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비디오 판독 확대 시행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 정도로는 판정에 대한 불신을 완전히 시정할 수 없다. 알고 보면 현장에서 가장 불만이 많은 부분이 심판의 들쭉날쭉한 스트라이크존 판정이다. 홈런이나 주루 상황에서의 오심은 비디오 판독이 가능하지만 스트라이크존 판정은 규정상 비디오 판독도 불가능하다.
결국, 심판들의 역량을 끌어올릴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판정에 대한 불신과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잘못된 판정에 대한 제재와 징계 조치가 강화돼야 하는 것은 물론, 심판도 필요하다면 외국인 심판의 영입과 평점제 등을 도입해 심판들 역시 공정한 경쟁과 평가를 받아야 한다.
지금처럼 매일 같이 수준 이하의 오심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여론의 눈치만 보는 미봉책과 소극적인 대응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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