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한 9년차 예능 '무한도전'의 저력
'차세대 리더 투표' 45만명 참여…'무도 효과'
정치 풍자·사회적 메시지 전달…'공익 예능'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차세대 리더 투표' 특집으로 국민 예능의 저력을 발휘했다.
지난 3일 첫 방송된 이 특집은 '무한도전' 멤버들 6명 중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리더'를 뽑는 것이다. 이번 특집은 6.4 지방선거와 맞물려 방송내내 화제를 모았다. 멤버들은 정관용 시사평론가가 진행한 토론회에서 저마다의 공약을 내걸고 지지를 호소했다.
개그 갱생 연수제 실시(후보 나 정형돈), 시청 앞 곤장 설치(후보 다 유재석), 멤버들의 사생활 전 국민 공유화 추진(후보 라 노홍철) 등의 공약은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차세대 리더 투표' 특집은 방송이 끝난 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특집은 실제 선거가 치러지는 방식과 비슷하게 진행됐다. 우선 정치판에서 볼 수 있는 단일화 과정이 다뤄졌다. 처음에는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등 멤버 전원이 출마했지만 끝에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최종 후보에는 유재석, 정형돈, 노홍철 등 3명이 올랐다.
6.4지방 선거에서 전면 시행되는 사전투표제도 '무한도전'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알려질 수 있었다. MBC에 따르면 '무한도전'이 지난 17~18일 이틀간 전국 10개 도시 11개 투표소에서 실시한 사전 투표에는 총 8만3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실제 선거와 같이 진행됐으며 어린아이에서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투표소를 찾았다.
대만,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 유권자들도 눈에 띄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사전투표에 참가한 뒤 자신의 트위터에 "무한도전 차세대 리더 사전투표에 다녀왔다"며 인증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22일 온·오프라인에서 실시된 본투표에도 시민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로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1층 시민쉼터에서 진행된 본투표에 참여한 시민들과 연예인들의 투표 인증샷이 SNS에 오르며 뜨거운 인기를 실감했다. 투표에 참여한 20대 대학생(25)은 "6.4지방 선거보다 '무한도전' 선거에 더 관심이 생겼다"며 "내가 뽑은 사람이 꼭 리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넷은 온통 '무한도전 투표'가 장악했다. '무한도전' 측은 트위터를 통해 온라인 투표자수 결과를 알렸고 이는 곧 기사화됐다. 투표자가 10만명, 20만명, 30만명을 돌파할 때마다 누리꾼들은 열광했고 "이것이 '무한도전'의 힘"이라고 입을 모았다.
MBC에 따르면 총 45만8398명(오프라인 9만5351명, 온라인 36만3047명)이 '무한도전-차세대 리더'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투표를 위해 MBC 홈페이지 가입을 한 신규 회원 가입자 수가 전날 대비 25배나 상승했다. 14세 미만 회원은 7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내 거주 외국인 회원은 8배, 해외 거주 외국인 회원은 6배가 증가했다고 MBC 측은 설명했다.
이번 '무한도전-차세대 리더 투표' 특집은 예능프로그램, 그 이상의 의미를 보여줬다. 시청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그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참여하게 만들었다. 예능의 기본 바탕이 되는 '재미와 웃음'도 함께 제공했고 정치 풍자로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또 시청자들에게 6.4지방선거에 대한 투표 참여를 독려해 공익 예능의 새 장을 개척했다는 평이다.
'무한도전'은 또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최근 시청률 하락세를 나타내며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은 '무한도전'은 위기를 인정했고, 미래를 고민했다. 결론은 간단했다.
"최근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를 했다. 정말 위기다. 그런데 진짜 위기는 위기인데 위기인 줄 모르는 것이다. 또 위기인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진짜 위기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시청률이 돼서는 안 된다. 우리의 목표는 웃음이 돼야 한다."(유재석)
투표는 끝났고 이제 결과만 남았다. 45만명 유권자들의 선택은 오는 31일 방송될 '무한도전'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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