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체 15~20% 인상 공지 후 보류
수액주머니·폐기물 용품까지 확산 가능성
의료계 “장기화 시 전반적 공급 차질 우려”
주사기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중동 정세 불안 장기화에 따른 원유 기반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가 일회용 주사기와 수액주머니 등 필수 의료소모품까지 미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의료현장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기기 업체인 한국백신은 거래 중인 의료기관에 공문을 보내 일회용 주사기와 주삿바늘 가격을 15~20% 인상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중동 사태로 석유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공급이 불안정해졌다는 이유다. 다만 최근 상황의 변동성을 고려해 가격 인상은 일단 잠정 보류된 상태다.
한국백신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1일부터 가격 인상을 공지했지만, 시장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최종 확정 이후 다시 안내하겠다고 거래처에 전달했다”며 “원자재 가격과 수급 상황이 안정된 뒤 단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회용 주사기와 바늘은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 기반 합성수지로 생산돼, 원유 수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가격과 생산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수액을 담는 수액 주머니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등 나프타 기반 플라스틱 소재로 생산되는 만큼, 원자재 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사기, 수액세트 등 필수 의료 소모품은 현행 건강보험 제도에서 ‘별도 산정불가’ 품목으로 지정돼있다. 소모품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별도 보상이 없어 해당 의료행위를 수행할수록 병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당장 수액 공급이 중단될 정도의 상황은 아니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급 불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수액은 의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나프타를 의료용으로 우선 공급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우려는 커지고 있다. 주삿바늘과 수액주머니뿐 아니라, 의료 폐기물 용기와 봉투 등 플라스틱 기반 의료기기 전반으로 공급 불안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상황이 길어질 경우 의료 폐기물 처리 용품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의약품 및 의료기기 수급 불안 우려가 커지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정은경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대응 민생복지반’ 제1차 관계부처 점검회의를 열고, 관련 현황과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복지부는 병원협회 등 의료단체와 협력해 의료기관과 약국 현장의 수급 애로를 상시 점검하고, 의약품 수급 및 가격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매점매석 단속과 사재기 금지 등 유통 관리 대책도 병행한다.
같은 날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 주재로 ‘중동전쟁 대응 보건의료 관계기관 회의’도 열렸다. 회의에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등 주요 단체가 참석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앞으로도 민생복지반에서는 비상경제 상황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국민 민생안정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 여러분이 불안해하시는 의약품·의료기기 수급 문제 등 보건의료현장에서의 문제점들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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