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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로 엎드린 대한민국, 제2의 사업보국 절실


입력 2014.06.06 11:46 수정 2014.06.06 16:04        데일리안=이강미 기자

[이강미의 재계산책]한화, 효성 등 현충일 맞아 '사업보국' 창업이념 잇기 위한 각종 사회공헌행사

50~60년대 국가재건한 '사업보국'정신 되살려 위기극복해야

데일리안 산업부/이강미 부장
세월호 참사와 북한의 서해 NLL도발 등 나라 안팎으로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기업들이 6일 현충일을 맞아 '호국보훈'과 '사업보국' 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6·25참전용사들과 유가족들을 돕기위한 후원금 전달과 호국영령들의 정신을 되새기는 일이다.

매년 맞이하는 현충일이지만 한화그룹은 남다르다. 화약냄새 풀풀 날리던 6.25전쟁 당시인 1952년 한화그룹의 모태인 한국화약이 설립됐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창업주인 고 김종희 회장이 ‘사업보국’ 이념을 안고 맨손으로 설립한 한국화약은 대한민국 근대화의 밑거름이 됐다.

그로부터 63주년이 흐른 지난달 28일 한화그룹 임직원들이 현충일을 앞두고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 참배를 시작으로 한화그룹 결연묘역인 44번 묘역의 정화활동을 펼쳤다. 또 충청지역 임직원들은 지난 2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결연묘역의 비석을 닦아주고, 잡초를 제거하고, 묘역에 방치돼 있는 꽃을 치웠다. 그리고 3000여개의 태극기를 각 묘비에 꽂았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사회공헌철학인 ‘함께 더 멀리’의 정신으로 지난해부터 국립현충원과 협약을 맺고 무연고 묘역에 대해 계열사들이 매월 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창업주인 김종희 선대회장의 창업이념인 ‘사업보국’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김종희 선대회장은 당시 폐허의 대한민국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당시 최대현안이었던 기계산업과 석유화학산업 등 국가기간산업에 뛰어들었다. 전력이 부족하던 1969년에는 국내 최초로 민간화력 발전소와 함께 대규모 정유공장인 경인에너지를 건설하는 등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그 결과 맨손으로 시작한 한국화약은 이후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발전과 함께하면서 10대그룹으로 성장했다.

김종희 선대회장의 ‘사업보국’ 이념은 2대 회장인 김승연 회장에게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1981년 취임 후 사업다각화를 위한 굵직한 M&A와 IMF를 통해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07년 ‘글로벌 경영’을 선포했다. 이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의 확실한 미래먹거리를 창출하자는 뜻에서다. 이를위해 김승연 회장은 친환경에너지사업인 태양광과 이라크 신도시 건설 수주 등을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큰 성과를 이뤄냈다. 아울러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다하기 위해 ‘함께 더 멀리’란 슬로건을 내걸고 소외된 이웃의 친구가 돼 주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한화 임직원들이 6월 호국보훈의 달을 앞두고 지난달 28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정성스럽게 묘역을 단장하고 있다. ⓒ한화

이번 현충일을 뜻깊게 보낸 또다른 기업이 있다. 효성그룹이다. 미주법인인 효성USA는 지난달 29일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앨라바마주 헌츠빌에 위치한 병참본부에서 6·25참전 미국 퇴역군인 및 가족에 대한 감사행사를 후원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에는 총 46명의 참전용사와 100여명이 가족이 참석했다. 효성은 작년부터 이 행사를 후원했는데, 이에 감명받은 앨라바마주 병참본부가 올해부터 공식행사로 격상시켰다고 한다.

효성 중국법인은 지난 2007년부터 중국 저장성 자싱시에 있는 백범 김구 선생의 피난처 보존과 임시정부 기념활동 지원을 위해 자싱시에 지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구 선생의 피난처는 2층 짜리 목조건물로 김구선생과 임시정부 요인들이 1932년 윤봉길 의사의 의거 이후 일제의 추적을 피해 3년6개월간 머문 곳이며, 성급 문물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기념관이 된 곳이다.

이어 효성은 지난 2일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나라사랑 보금자리’ 기증식에 후원금 1억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는 육군본부가 6·25와 월남참전 국가유공자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1년부터 진행해 온 것으로, 효성은 2012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효성그룹이 현충일을 전후해 이같은 일을 펼친 것은 창업주인 조홍제 선대회장의 남다른 ‘나라사랑’에서 기인한다.

만우 조홍제 회장은 일제 강점기 강직한 선비 가풍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다. 열 아홉의 만학으로 공부를 시작했으나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1926년 순종황제의 국장일을 기해 일어난 만세운동을 주동해 옥고를 치르는 등 애국정신도 남달랐다.

조석래 회장의 회고에 따르면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을 선언한 라디오 방송을 듣고 어버지 조홍제 회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아들 조석래 회장을 무릎에 앉히고 스코트랜드 민요인 ‘올드랭사인’맞춰 애국가를 가르쳐준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조석래 회장도 어린 시절부터 조국애가 남달랐다. 조석래 회장은 선대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1968년 울산에 나일론 공장을 짓는가 하면, 건설현장을 누볐다. B2B사업에 뛰어든 그는 선대회장의 가르침대로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기술과 품질을 강조했다. 그 결과 한국타이어, 대전피혁 등 부실기업을 정상화시키고, 오늘날 타이어코드 세계1위, 스판덱스 세계 1위, 나일론 세계 5위에 빛나는 수출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이처럼 기업가들이 일제 강점기에 이은 6·25전쟁으로 폐허에서 ‘동방의 빛나는 별’이 되기 위해 매진했던 일관된 정신은 ‘사업보국’이었다. 창업주들은 ‘사업보국’의 일념으로 국가 기간산업에 뛰어들었고, 수출기업으로서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일으켰다.

우리는 현재 총성없는 또다른 전쟁터에 서 있다. 안으로는 세월호 참사를 낳게 한 안전불감증과 고질적 관행, 밖으로는 북한의 도발 등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불확실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다.

특히 대한민국 경제는 세월호 참사 후 좀체 활기를 띄지 못하고 있다. 이에 30대 그룹들은 5일 세월호 참사 후 위축된 경제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당초 계획했던 투자와 고용을 차질없이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SK그룹은 이를위해 100억원을 풀어 내수경기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일부 또다른 기업들은 중단했던 마케팅활동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기업들은 과거의 위기상황에 보여줬던 용기와 결단으로 국가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정부는 그런 기업들의 길을 터줘야 한다. 발목을 붙잡아서는 안된다. 국민들은 여기에 박수로 응원하며 힘을 보내야 된다.

대한민국이 '동방의 빛나는 별'로 우뚝 서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제2의 사업보국' 정신이 절실한 때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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