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먹고 택시타셨나요? 당신 카드 복제됐습니다"
MS카드 복제 쉬워 소비자 주의가 유일한 대책
IC결제 도입 이전까지는 카드 복제 범죄 막기 어려워
신용카드를 복제하는 범죄가 만연하고 있지만, 카드 소지자가 주의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관계 당국의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25일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대전, 충남, 전북 등 금·은방에서 9회에 걸쳐 타인의 신용카드를 복제해 사용한 택시기사 A씨가 검거됐다.
택시기사는 택시 내 카드복제기를 놓고 손님의 신용카드를 복제했다. 복제된 카드만 52개에 이른다. 특히 택시기사는 새벽 시간 술에 취한 고객을 노려 큰 어려움 없이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다.
박응서 대전경찰청 경위는 "이번에 잡힌 택시기사는 동종 범죄로 과거 구속된 이력이 있었다"며 "중국인으로부터 받은 공카드 2장을 이용해 52개 복제카드 중 8장을 이용해 금은방에서 1000만원 정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택시기사가 검거될 수 있었던 이유는 결제내역 때문이다. 자신이 사용하지 않은 가맹점에서 결제됐다며 신고가 들어오자 카드사는 과거 결제내역을 뒤졌다.
카드사는 피해고객이 같은 택시에서 카드로 결제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카드사는 택시에서 카드가 복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경찰에 제보했다. 경찰은 택시기사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고 택시기사 주거지에서 카드번호가 적힌 메모지와 카드복제기 등을 발견해 검거할 수 있었다.
택시기사의 이 같은 범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 지금의 감독체계로는 카드 복제 범죄를 예방하기 어렵다. 소비자가 주의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묘안이 없는 셈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를 복제하는 범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IC칩을 이용한 결제가 아닌 마그네틱(MS) 결제에서는 카드 복제 범죄를 막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IC칩과 달리 MS카드는 보안이 취약해 전문지식 없이도 카드복제기만으로 쌍둥이 카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오는 2016년까지 IC결제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 카드복제기를 이용한 범죄는 전적으로 소비자 주의에 의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MS카드는 복제가 쉬워 이를 미리 막기 어렵다"며 "다만 IC결제가 의무화되면 이 같은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부정사용방지시스템(FDS)이나 여러 방식으로 카드사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대개 예방보다는 사후약방문식"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소비자 주의가 최선책"이라고 했다.
결국 결제 과정에서 자신의 신용카드를 타인에게 주지 않고, 주더라도 결제과정을 지켜보는 주의가 필요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나 택시에서 신용카드 결제 시 카드를 종업원이나 택시기사에서 건네는 경우가 많다"며 "어쩔 수 없이 카드를 줘야 하는 경우 결제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종업원이 결제와 관계없이 자신의 카드를 긁었다면 복제를 의심해봐야 한다"며 "또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결제내용 문자서비스(SMS)를 신청해 자신이 사용하지 않은 결제를 확인하는 것도 하나의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MS카드는 복제가 쉬워 카드사도 눈뜨고 당하는 식"이라며 "소비자경보를 내리는 등 관계 당국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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