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 쏟아진 대표팀 귀국장 쓸쓸·씁쓸
4년 전과 비교해 환영 인파 급감
엿 사탕 투척으로 선수단 당황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 축구대표팀의 귀국장은 쓸쓸하고 씁쓸했다.
홍명보호는 30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출발, 미국 LA를 경유하는 대한항공 편을 이용해 이날 오전 4시45분 귀국했다.
홍명보호는 ‘2014 브라질월드컵’ H조에서 러시아·알제리·벨기에를 상대로 1무2패의 부진한 성적으로 꼴찌에 머물렀다. 사상 첫 원정 8강이라는 목표와 달리 1998 프랑스월드컵(1무2패) 이후 16년 만에 1승도 올리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그런 탓인지 사상 첫 원정 16강 위업을 달성한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귀국장에 수많은 환영 인파가 몰렸던 것과 달리 이날 공항에는 일부 팬들만이 대표팀을 맞이했다. 새벽 5시라는 시간상의 이유도 있었지만 실망한 축구팬들의 마음은 공항을 등진 지 오래다.
쓸쓸한 분위기 속에서 해단식을 준비하는 홍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장시간 비행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와중에 선수단 전원이 해단식을 위해 도열한 순간 ‘상황’이 발생했다. 한 축구팬이 선수단을 향해 "엿 먹어라"는 외침과 함께 엿 사탕을 투척한 것. 바닥에 떨어진 엿사탕을 본 선수단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엿을 던진 한 축구팬은 “이게 국민의 마음이다. 인맥 축구는 없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음카페 ‘너 땜에 졌다’의 회원으로 알려진 이 축구팬은 “한국 축구는 죽었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나오기도.
홍명보 감독은 ‘엿세례’에 어두운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하며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성공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에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긴 좀 그렇다. 가장 좋은 선택을 할 것이다. 비행기를 오래 타고 와 피곤하기도 하고 정신이 없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평소 밝은 모습의 캡틴 구자철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침통한 표정이었다. 알제리전에서 월드컵 데뷔골을 터뜨리는 등 전반적인 대표팀의 부진 속에도 빛났던 손흥민은 “이 엿을 먹어야 하나요”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엔트 으리’라는 패러디까지 나올 정도로 박주영 등 대표팀 선수 발탁 과정에서 논란을 야기하며 브라질 출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홍명보호는 결과마저 최악의 것을 가져와 엿세례 속에 개운치 않은 해단식을 마쳤다. 대표팀의 과정과 결과도 최선은 아니었지만 엿으로 밖에 분출할 수 없었던 어긋난 팬심도 분명 최선은 아니었다.
한편, 대표팀은 인천공항에서 바로 해산하고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가 리그 경기를 준비한다. 월드컵 기간 잠시 중단했던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은 다음 달 5일부터 재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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