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루이스 스콜라리 감독에게 네이마르를 대체할 카드나 전술은 존재하지 않았다. (유튜브 동영상 캡처)
브라질 축구 역사상 최악의 경기였다.
2014 브라질월드컵 개최국 브라질은 9일 오전 5시(한국시각) 벨루 오리존치에 위치한 이스타지우 미네이랑에서 벌어진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 1-7로 참패했다.
공수의 핵이던 네이마르와 티아구 실바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개최국이자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브라질이 이 정도의 참패를 당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실제로 양 팀의 전력 차가 그 정도로 크지도 않았다.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브라질 대표팀의 구조적인 한계와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의 판단 착오에 있다. 스콜라리 감독은 공격과 수비의 에이스를 잃은 상황에서 마땅하게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이 처음부터 없었다.
물론 실바의 공백을 메운 단테는 현재 분데스리가 최정상급 수비수고, 네이마르를 대체할 베르나르드 역시 개인기와 잠재력은 출중한 선수였다. 하지만 스콜라리 감독은 그동안 이 선수들을 중용하지 않았다.
기존 주전들과 호흡을 맞춘 경험도 적고, 경기감각도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가뜩이나 우승에 대한 압박이 큰 월드컵에서 이제껏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조합을 들고 독일같이 잘 짜인 조직력의 강팀과 맞선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
사실 스콜라리 감독의 판단에 대한 우려는 최종 엔트리 발탁 때부터 제기돼왔다. 스콜라리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서 이름값을 배제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철학에 맞는 팀플레이와 활동량에 능한 선수들 위주로 엔트리를 구성했다.
월드컵에서 홀로 4골을 터뜨린 네이마르를 제외한 브라질의 공격진은 역대 대표팀 중 최약체였다. 헐크-프레드-조-오스카 등으로 이어지는 브라질의 공격자원들은 월드컵 내내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자국 팬들로부터도 야유를 들었다. 윌리안과 베르나르드 등은 이번 대회에서 그리 중용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평가받은 수비 역시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브라질이 이번 대회에서 무실점으로 상대를 막은 것은 조별리그 멕시코전뿐이다. 특히, 수비조율과 몸싸움에 능한 주장 실바의 공백은 단지 중앙수비수 1명의 빈자리가 아니라 전체적인 수비를 지휘할 리더의 부재로 인한 조직력 붕괴로 나타났다.
실바의 파트너인 다비드 루이스는 활동 폭이 넓고 발재간이 좋지만 지나치게 저돌적인 플레이로 종종 라인을 이탈해 공격에 가담하거나 수비 뒷공간을 허용하는 경우가 잦다. 독일전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단테와의 센터백 조합은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앞선에서 포백을 보호해야할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맡은 페르난지뉴는 연이은 패스미스와 엉성한 위치선정으로 오히려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무려 7골을 허용하는 동안 문전에서 수적 우위에도 독일 선수들이 자유롭게 짧은 패스와 드리블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을 허용했다는 것은, 브라질 수비진이 얼마나 무기력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어느 팀이건 주축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스콜라리 감독은 처음부터 네이마르와 실바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어떤 전술적 카드도 준비하지 못했다. 다양한 전술의 진화와 재발견이 득세하고 있는 이번 월드컵에서 몇몇 주축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4-3-3 전술에만 의존했던 브라질과 스콜라리의 몰락은 어쩌면 필연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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