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이 나이를 잊게 하는 맹활약으로 대표팀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 전북 현대
이동국(35·전북 현대)의 질주에 거침이 없다.
웬만한 선수 같으면 벌써 은퇴를 생각하고도 남을 시기지만,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동국의 모습에서 노쇠화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이동국은 6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K리그 클래식 수원과의 경기에서 2골을 추가하며 총 9골로 전남 이종호와 득점 부문 공동 선두가 됐다. 통산 K리그 득점 기록 보유하기도 한 이동국의 기록 행진도 163골로 늘어났다.
득점 감각도 대단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동국의 체력이다. 여전히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는데 큰 문제가 없고 경기를 치른 후 회복 속도도 젊은 선수들과 큰 차이가 없다. 시즌 초반부터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등을 오가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몇 차례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인한 결장은 있었지만 경기 중 당한 것이었고 스스로 컨디션 조절 실패나 자기관리의 문제로 체력과 경기력이 저하된 경우는 거의 없다.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이동국의 꾸준함이 빛나는 이유다.
이동국은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표팀 명단에서 탈락했다. 지역 예선에서 한국을 월드컵으로 이끄는데 공헌했지만 정작 본선무대에서 그를 위한 기회는 전혀 없었다. 유독 월드컵 무대와 인연이 없었던 이동국이었기에 어쩌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았던 브라질월드컵에 가지 못한 것은 팬들에게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동국은 의연한 자세로 자신이 월드컵에 못나간 아쉬움보다 후배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브라질 월드컵 출전이 좌절되면서 이동국의 대표팀 커리어가 이대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이동국은 일각에서 예상한 대표팀 은퇴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선수로서 유니폼을 입고 뛰는 한 태극마크에 대한 목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대표팀에 대한 미련이나 집착이라기보다는 동기 부여의 측면이 더 강하다. 이동국은 노장 선수들에게 종종 거론되는 은퇴 시기에 대해서도 언급을 꺼린다. 선수로서 ‘끝’을 의식하다보면 그라운드에서의 열정이나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 역시 선수라면 은퇴하는 순간까지 국가의 부름에 응답할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는 책임감이다.
다음 월드컵이 열리는 2018년이면 이동국은 한국 나이로 40세가 된다. 현실적으로 그때까지 이동국이 최고의 기량을 유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동국이 태극마크를 다시 달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은 이동국이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노려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동국은 역대 아시안컵에 3회 출전했고 총 10골을 폭발시키며 아시안컵 최다득점 선수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시안컵과 유독 인연이 없었던 한국으로서는 우승컵이 간절하다. 박지성과 이영표도 누리지 못한 아시안컵 우승에 입맞춤할 수 있다면 이동국으로서도 월드컵과 대표팀에서 간직한 응어리를 조금은 풀어내고 유종의 미를 기약할 수 있다.
한국 대표팀은 현재 차기 사령탑을 물색 중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세대교체도 중요하지만, 부임과 함께 아시안컵이라는 대회를 치러야 하는 신임 감독 입장에서는 검증된 베테랑이자 K리그 최고의 공격수에게 눈길을 줄 당위성은 충분하다.
나이가 주는 선입견을 제외하면 현재 이동국을 능가할만한 공격수가 국내파-해외파를 아울러도 많지 않다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현재 A매치 99경기 기록에 멈춰있는 이동국은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달고 센추리 클럽에 가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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