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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향' 판할 감독, 맨유 10년차 루니와 '밀당'


입력 2014.08.13 15:03 수정 2014.08.13 16:58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취임하자마자 캡틴 자리 놓고 밀고 당기기

검증 끝에 최종 낙점..충성심·책임감 극대화

맨유 루이스 판할 감독이 웨인 루니를 주장으로 낙점하는 과정에서 고도의 지도력을 발휘했다. (유튜브 동영상 캡처)

역시 믿고 쓰는 네덜란드산 감독일까.

네덜란드 축구 지도자들은 선수단 관리에 능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밀고 당기며 슈퍼스타를 길들인다.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67)이 대표적인 예다. 히딩크는 개성 강한 에드가 다비즈, 클루이베르트, 안정환, 이천수 등에게 채찍과 당근을 주며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완성시켰다. 한국대표팀 차기 사령탑이 유력한 판 마르바이크 감독(62)도 마찬가지다. 페예노르트 시절 판 마르바이크의 가르침을 받았던 이천수는 “카리스마 넘치는 감독이었다”고 회상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3위에 올려놓은 루이스 판할 감독(63)도 주목해야 한다. 올해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이끄는 판할 감독은 13일 발렌시아와의 친선경기에서 2-1 승리를 이끈 후 “웨인 루니에게 올 시즌 맨유 주장을 맡기겠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을 접한 루니는 “내 축구인생 중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다”며 “판할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겠다. 맨유를 덩어리처럼 모아 끈끈한 조직력으로 우승을 일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당초 맨유 주장은 판할 감독의 며느리(?)도 몰랐다. 루니가 공개적으로 “완장을 차고 싶다. 내가 주장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판할 감독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확답을 피한 채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이 때문일까. 일각에서는 네덜란드 대표팀 주장 판 페르시가 맨유에서도 주장을 맡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미국 프리시즌에서 루니가 5골을 터뜨리며 2014 인터내셔널 대회 우승으로 이끌었음에도 판할 감독은 여전히 루니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으로 돌아온 뒤, 판할 감독이 달라졌다. 맨유-발렌시아 평가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나온 그의 첫 마디는 결승골을 넣은 펠라이니가 아닌 루니였다. “프로페셔널 루니를 믿는다. 그가 올 시즌 완장을 찰 것이다”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감투를 씌우면 사람마다 달라진다. 거만해지거나 반대로 사명감, 책임감에 사로잡힌다. 겉과 속이 같은 ‘드렁큰 장비’ 루니는 후자다. 불같은 다혈질과 괴팍한 성격으로 한때 그라운드의 망나니로 불렸지만, 축구에 대한 넘치는 열정의 부작용일 뿐이다.

판할 감독은 루니의 성격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리고 밀고 당기기 카드를 꺼냈다. 라이언 긱스가 코치로 승격했고 리오 퍼디난드, 네마냐 비디치, 파트리스 에브라 등이 모두 떠난 상황에서 ‘맨유 10년차’ 루니가 주장이 되는 것은 판할 눈에도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판할 감독은 시간을 두고 루니를 관찰했다. 즉각 감투를 씌우기보다 무관심 전략으로 루니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루니는 프리시즌에서 판할 감독 눈에 들기 위해 더욱 열심히 뛰었다. 자신을 가열하게 몰아세웠다. 이타적이고 희생적인 플레이로 주장 후보의 품격을 보여줬다.

판할 감독은 드디어 확신이 섰다. 자신의 지도자 스타일에 녹아든 루니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드렁큰 장비’ 루니를 길들인 판할 감독을 축구계 유비로 비유해도 자연스러운 이유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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