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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중단 설득 →동조단식→단식 중단' 문재인의 코미디


입력 2014.08.29 10:41 수정 2014.08.29 11:06        이슬기 기자

정가 "대권주자의 가벼운 행동, 한마디로 국민적 실망"

당내서도 "뭘하든 국회서 해야지 비서실장도 한분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시립동부병원에서 46일간 단식을 해 온 고 김유민 학생 아버지 김영오씨를 만난 뒤 단식 중단을 밝히며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유민아빠’ 김영오 씨를 살리자”며 광화문에서 동조 단식 10일째를 맞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8일 단식 중단을 선언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처음부터 코미디였다”는 냉정한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문 의원은 이날 오후 단식을 중단한 김영오 씨가 입원한 서울동부시립병원을 방문한 후, 입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씨의 생명이 걱정돼 단식을 말리려고 단식을 시작했었다”면서 “이제 나도 단식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이어 “특별법 제정은 여전히 안 되고 있다. 나도, 당도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해 송구하다”면서 “이제 원래 내가 있어야 할 자리, 국회를 통해서 특별법을 만드는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당 안팎의 평은 싸늘했다. 대권주자로서의 개인적인 측면은 물론, 위기 상황에 처한 당 전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가상준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그 분의 단식은 한마디로 국민적 실망”이라고 못 박았다.

가 교수는 “대권주자인 동시에 과거 정부의 비서실장까지 하면서 국정이 어떻게 되고 국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아시는 분 아닌가”라며 “그런 분이 국회의원이면서 그 역할을 때려치우고 밖으로 나가 투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 눈에는 불성실하고 결코 좋아 보일 수 없다. 실제로 이번에 실망한 국민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내 자기 계파에 대한 집결이나 계파 수장으로서 명분을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선거에 이어 당 지지율과 신뢰도가 상당히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앞서 새정치연합이 지난 6.4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에서 ‘투쟁 일변도’, ‘대안 없는 야당’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해 충격적인 패배를 겪은 상황에서, 정치 거물이자 당내 대권주자의 거리투쟁과 이에 동조하는 당의 모습이 신뢰도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가 교수는 “단식을 말리러 갔다가 자기도 단식한다는 게 사실 처음부터 코미디 같은 이야기 아니냐”면서 “게다가 다른 의원들도 가서 단식을 응원하고 결과적으로는 주변 의원들도 단식에 동조하도록 만들면서 결국 유가족에게도 부담을 주게 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가족들까지 ‘이제는 국회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이번 단식으로 국민들은 ‘대권주자로서 무슨 저런 행동을 하나’라는 실망을 갖게 됐다”라며 “게다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국민들이 기대를 품고 있던 정치인인데 저렇게 단식을 함으로써 많은 것을 잃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차기 당대표로 거론되는 중진급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당 중진들도 (문 의원의 단식을 응원하는 지도부와) 다른 말을 하면 당에 누가 될까 말을 안 할 뿐이지 단식에는 반대"라면서 “물론 유민아빠를 살려야 한다는 목적으로 단식한 거지만, 지금 안 그래도 우리당 이미지 안 좋은데, 이유가 어쨌든 유가족이 단식한다고 똑같이 따라 나가버리면 국민들 보기에는 떼쓰는 모습으로 비춰진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선 의원 역시 문 의원의 단식 농성에 대해 대뜸 “뭘 하든 지금은 국회 안에서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재야시민단체들도 모두 섞여 있는 상황에서 밖으로 나간 것 아니냐. 가족들이야 그렇게 단식할 수 있지만 대선주자가 그러고 있으면 국민들 볼 때 책임 있는 모습으로는 비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민아빠와 같은 날 단식을 중단했으니, 무엇보다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문 의원의 순수한 목적을 보여준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제기됐다.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된 바 있는 당 중진 의원은 “나는 (문 의원의 단식을 비판적으로 보는)다른 사람들의 시각과는 좀 다르다”며 “지금까지는 단식할 만한 이유가 충분히 됐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단식을 바라보는 당내 여론이 대체적으로 좋지 않음을 반증한 셈이다.

그는 “유민아빠가 단식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다들 안타까움을 표현하지만, 사실 문 의원이 그걸 대표해서 희생을 대신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 단식한 것은 당이나 개인적으로나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오늘 마치는 게 맞다. 오늘을 놓쳤다면 아마 수렁에 빠졌을 것”이라며 “유민아빠가 단식을 그만둔 이상 문 의원이 오늘 끝내지 않으면 명분을 잃어버린다. 더 하는 건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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