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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롱환자 걸러내는 '마디모' 생사람도 잡는다?


입력 2014.09.20 09:53 수정 2014.10.02 17:52        윤정선 기자

경미한 사고 발생시 '마디모' 효과적으로 나이롱환자 걸러내

보험사, 마디모 객관적 자료로 활용하기보다 보험금 반환 근거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홈페이지에 나온 '마디모' 프로그램 활용 자료사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A씨는 주차 중 후진을 하다 이동하던 다른 차량과 부딪혔다. 두 차량에 충격이 거의 없을 정도로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상대 차량 운전자는 뒷목을 잡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후 A씨는 보험사를 통해 피해자에게 치료비를 보상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계속해서 A씨에게 합의금까지 요구했다. 이에 A씨와 보험사는 마디모 프로그램을 이용해 피해자가 치료비를 과다 청구하는 등 보험사기를 친 사실을 파악해 치료비를 돌려받았다.

해마다 적발된 보험사기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마디모(MADYMO) 프로그램이 나이롱환자를 걸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마디모가 오히려 정상적인 환자도 보험사기범으로 오인할 수 있게 만든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보험업계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마디모 프로그램을 도입해 이를 운용하고 있다.

마디모는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사고 상황 재연프로그램이다. 사고 당시 도로 흔적이나 차량 파손 상태, 차량의 최종위치, 블랙박스 기록 등을 기초로 3D 영상으로 시뮬레이션해서 피해 정도를 분석한다.

대부분 명확하게 피해가 일어난 사실이 확인되는 큰 사고보다는 상식보다 과장된 것으로 보이는 경우 마디모를 활용한다. 차량 정체 중 출발 또는 후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접촉사고, 스크래치 정도만 발생한 사고, 사이드미러를 가볍게 부딪친 사고 등이 마디모를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고 유형으로 꼽힌다.

마디모를 의뢰하기 위해선 우선 담당 경찰서 교통조사계에 사고 사실을 알리고 마디모 프로그램 신청을 요청해야 한다. 이어 경찰은 사고관련자 진술부터 블랙박스 영상까지 사건을 재구성하는 데 도움되는 자료를 국과수에 제출한다. 신청 후 2~3주 길게는 두 달 후 분석 결과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드는 모든 비용은 무료다.

마디모 분석결과는 강제력이 없다. 하지만 신빙성 높은 감정 자료로 보기 때문에 보험사기를 판가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보험사도 마디모 결과에 따라 보험금 반환을 청구하기도 한다.

이 같은 이유로 자동차 사고 이후 마디모 의뢰로 이어진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32건에 불과했던 마디모 의뢰 건수는 해마다 배 이상 증가해 지난 1분기까지만 1500건을 기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미한 차 사고일수록 오히려 갈등이 일어날 때가 많다"면서 "특히 나이롱환자로 보험금을 타내거나 상식적으로 봤을 때 부상 정도가 부풀려져 있다고 의심되면 마디모가 진단서보다 더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마디모 결과가 진단서와 정반대 소견이 나올 수 있다"면서 "이럴 경우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사람은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도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험사의 이 같은 마디모 활용을 놓고 이견이 존재한다. 정상적인 환자마저 보험사기범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국과수는 보험사가 마디모 결과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는 마디모 결과에 따라 치료비조차 반환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마디모를 통해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하는 것뿐이지 보험사에 유리하게 해석되는 자료를 내놓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디모가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보험료를 깎거나 반환받는데 절대적인 근거로 활용하는 등 용도가 퇴색돼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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