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비주류·돌출적·주류 질서와 거리
권력 축 이동하자 평가도 함께 이동
유시민이 꺼내든 'ABC론' 의심 던져
이익 묶인 관계, 이익 앞서 먼저 붕괴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월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빈소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유시민 작가와 대화하고 있다. ⓒ 뉴시스
사과는 진정일까?
김민석은 유시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청래와 유시민은 20년 만에 깔린 찌꺼기를 제거했다.
유감이라는 손쉽고, 편리한 단어로.
그러나 깨진 그릇은 붙여도 금은 남는다.
어디서 본 듯하지 않나?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
그 정치인의 언어가 얼마나 날림이고 가벼운지를 보여주는 극치다.
목적에 따라 얼마나 편리하게 뒤집는지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다.
지금 이 대통령은 순종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렇게 되뇔지 모른다.
"당신들이 나를 존경한다고? 내가 훌륭하다고?"
"난 그리 순진하지 않아..."
'정치적 망각'이란 잊어버린 게 아니다.
다만 기억을 꺼내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 대통령이 일개 단체장 시절, 중앙 정치권에서 받았던 시선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다.
비주류, 돌출적 인물, 주류 질서와 거리를 둔 정치인이라는 인식이 공존했다.
공개 발언과 정치적 거리 두기 속에서 그런 기류는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일부 중진 인사들은 노골적으로 '한 수 아래'로 봤다.
당내 주류와는 결이 다른 주변부 존재로 평가했다.
그러나 권력의 축이 이동하자 평가도 함께 이동했다.
그의 리더십은 칭송 일색이다. 그리고 심기를 살핀다.
정청래, 박지원, 추미애 등 정치권 주요 인사들의 발언 흐름을 시기별로 봐 보시라.
한 인물에 대한 평가가 권력의 유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렵지 않게 읽힌다.
본디 권력이란 그런 것 아니겠는가?
김민석의 문자 노출 사건은 그 속내다.
유시민을 향한 "TV 나가기 좋아하고 유튜브 즐기는 강남 좌파"라는 비아냥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정치적 거리감이 권력 밖과 권력 안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유시민이 꺼내든 'ABC론'은 권력 주변들 간에 의심을 던진다.
가치 중심과 이익 중심이라는 구분은 결코 선명하게 구분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익 중심'이라는 규정은 가볍지 않다.
그 순간부터 모든 선택은 계산으로 읽히기 시작한다.
무서운 낙인이 되고 진정성은 그 프레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얕잡아 보던 '한 수 아래'가 대통령이 됐다.
중진들은 재빨리 변신했다. 어제의 분란자가 오늘의 '위대한 동지'라 호명된다.
진심으로 받아들이기엔, 정치의 기억은 너무 길다.
정치판은 믿을 사람 없는 정글이라 하지 않는가.
이익으로 묶인 관계는 이익 앞에서 가장 먼저 붕괴한다.
지금은 권력 앞에서 고개를 낮추고 있을 뿐이다.
집권 초기가 만든 신기루다.
때린 쪽은 기억하지 못해도, 맞은 쪽은 잊지 못한다.
없던 일로 하자는 건 가해자 입장이다. 결코 없던 일이 될 수 없다.
깨진 그릇 부쳐도 금은 남는다.
오늘 나누는 악수는 미래의 투쟁을 위한 위장 전술이다.
유효기간은 권력의 온도와 비례한다.
권력의 시계가 절반을 돌면,
그동안 가려져 있던 균열은 다시 드러날 것이다.
"진짜 존경하는 줄 알았느냐"라는 말이 그때서야 이해될 것이다.
ⓒ
글/ 정상환 한경국립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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