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타짜' 문태종, 대타에서 신의 한 수로!
한국농구 운명 바꾼 금메달 주역..외신 기자들도 깊은 관심
대체자에서 ‘신의 한 수’로 거듭났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한 문태종의 성공신화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3일 인천삼산체육관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이란과 접전 끝에 79-77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 농구는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후 12년 만에 꿈에 그리던 정상 등극과 함께 사상 최초 아시안게임 남녀 동반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문태종은 이번 대표팀의 유일한 귀화혼혈선수였다.
한국농구의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귀화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문태종은 2011년 귀화, 태극마크를 달고 그해 아시아선수권에 국가대표로 나섰지만 첫 출전에서는 3위에 만족했다.
지난 시즌 KBL에서 MVP를 수상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지만, 이번 대표팀 합류했는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다. 작년 아시아선수권에서 귀화혼혈선수로 활약한 이승준이 장기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또 다른 귀화선수 후보로 거론됐던 애런 헤인즈마저 자격미달로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다.
대표팀은 어쩔 수 없이 남은 귀화선수 카드 중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문태종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미국에서 휴식을 취하던 문태종은 부랴부랴 다시 귀국해 대표팀에 합류했다.
우리 나이로 40세가 된 문태종이 과연 대표팀에서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도 많았다. 하지만 문태종은 이런 우려를 비웃듯 단숨에 대표팀 에이스 자리를 꿰찼다.
문태종은 선수들도 인정하는 ‘타짜’다. 전매특허인 정확한 외곽슛과 날카로운 결정력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하는 농구월드컵에서도 통했다. 유럽에서도 정상급 슈터로 군림한 문태종의 클래스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이다.
문태종의 진가는 아시안게임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아시안게임이 열린 인천은 문태종에게는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문태종이 KBL 데뷔 이후 첫 3년간 활약한 무대가 인천을 연고로 하는 전자랜드였다. 문태종은 안방에서 경기하듯 편안한 심리상태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퍼포먼스들을 선보였다.
백미는 필리핀과의 8강리그 2차전이었다. 이번 대회 최고의 공격농구가 펼쳐진 필리핀전에서 문태종은 무려 38점을 퍼부으며 1년만의 설욕에 앞장섰다. 문태종에 대해 잘 모르던 외신 기자들도 ‘탈아시아급 슈터’라고 극찬하며 깊은 관심을 표시했을 정도다.
문태종의 활약은 결승까지 이어졌다. 중요한 순간마다 조성민과 함께 정확한 클러치능력으로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이란과의 결승에서 4쿼터 결정적인 득점과 함께 쐐기를 박는 자유투까지 전담, 한국의 2점차 승리를 이끌었다.
문태종은 태극마크와 한국 국적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성실하고 진중한 품성과 철저한 자기관리를 바탕으로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에게도 의지가 되는 ‘맏형’으로 제몫을 다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문태종의 마지막 태극마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세대교체를 준비해야하는 한국농구도 언제까지 40세의 문태종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태종은 짧은 국가대표 경력이지만 누구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대타로 얻은 기회였지만 문태종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하게 된 것은 한국농구의 운명을 바꾼 전화위복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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