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 처우개선은?" 묻자 청장 '엉뚱'답만...
<안행위>소방방재청장 우물쭈물 대답에 "마이크 바꿔야"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이 8일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소방방재청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 모두에게 ‘중언부언’ 식 답변 태도를 지적받았다. 답변 소리가 들리지 않아 ‘증인석 마이크라도 바꿔야 하느냐’는 말까지 나온 것이다.
이날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국감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일환으로 소방방재청이 해체되고 국가안전처에 소속되는 사안과 소방공무원들의 국가직 전환 요구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만큼, 여야 양측 모두에서 “소방방재청의 실질적인 고충과 필요를 솔직하게 듣고 싶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소방방재청 내부에서는 세월호와 관련 없이 왜 갑자기 조직이 해체돼야 하는가라는 억울함도 호소하고 있고, 국가직 전환 역시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다”면서 “소방방재청 수장으로서 공무원들의 솔직한 심정을 좀 들려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남 청장은 “국가직을 바라는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재난지휘체계를 확립해서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다소 엉뚱한 대답을 했고, 이 의원은 다시 “답을 제대로 들려 달라. 방재청이 국가안전처로 들어가는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꼬집어 물었다.
이에 남 청장이 작은 목소리로 “정부가 말하는 국가안전처에서 소방 조직에 대해 독립성이 강한 시스템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그러니까 국가안전처로 들어가되 독립성을 보장해주면 좋겠다는 뜻이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남 청장은 “독립성이 중시됐으면 한다”며 두루뭉술한 답변을 이어갔다.
그러자 여야 의원석에서는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소리가 안 들린다”는 질책이 터져 나왔다.
박남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고 “청장이 질의에 대한 핵심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중언부언 하고 있다”며 “핵심만 간결하게 답변하도록 위원장께서 주의를 주면 좋겠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도 “어떻게 하면 위기를 모면할까 하면서 개미소리로 핑계만 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오늘 국감은 큰 틀에서 두 가지다. 잘잘못을 가리는 감사, 그리고 소방공무원들의 처우개선과 예산 지원 필요성에 대해 여러분들의 뜻을 들으려는 자리다”라며 “그러니까 청장께서도 잘못은 확실히 인정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현실적 어려움을 확실히 말해달라. 우물우물 하지 말고 딱 잘라서 답하라”고 말했다.
의원들의 지적이 계속되자 새누리당 소속 진영 위원장까지 나섰다. 진 위원장은 “오늘은 의원들이 소방방재청이 진짜 원하는 것과 현실적인 문제점을 명확히 알고 싶어 한다. 그러니까 우물우물 하지 마시고 확실히 이야기를 해달라”며 “마이크가 문제인가. 어젠 잘 들렸는데, 마이크를 바꿔야 하는 건가”라고 말해 의원들이 황당한 듯 실소를 짓기까지 했다.
한편 이날 ‘마이크 소동’ 이후에도 남 청장의 답변이 명확하지 않자,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질의에 앞서 “오늘 청장님의 답변을 들어보니 너무 걱정이 된다”며 “국민이 궁금한 것을 의원들이 대신해서 묻고 답해서 개선하는 자리인데, 청장님은 전혀 그 목적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이어 “청장께서 어떻게 하면 소방공무원들의 사기를 고양시킬 수 있을지, 예산이 필요하다면 필요하다고 적극적으로 말해야하는데 무조건 핑계만 대고 있다”면서 “소방공무원들이 얼마나 실망하겠느냐”고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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