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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슈틸리케호…파라과이전 소득 3가지


입력 2014.10.11 09:26 수정 2014.10.11 10:03        데일리안 스포츠 = 박시인 객원기자

공언한대로 무실점 승리, 공격 유연성 돋보여

그동안 외면받았던 선수 기용 '주전 경쟁 본격화'

닻을 올린 슈틸리케호가 데뷔전 승리로 순조롭게 출항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8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하나은행 초청 축구대표팀 친선경기서 2-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맡은 이후 첫 번째 경기로 관심을 모았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베스트 라인업이었다. 골문은 김진현이 지켰고, 포백은 이용, 곽태휘, 김기희, 홍철, 허리는 기성용과 한국영이 책임졌다. 2선에는 이청용, 남태희, 김민우, 최전방에는 조영철이 포진한 4-2-3-1이었다.

사실상 이용, 기성용, 이청용 정도를 제외하면 2군에 더 근접한 멤버였다. 하지만 한국은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를 맞아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얻어내며 첫 선을 보인 슈틸리케 감독은 합격점을 이끌어냈다.

데뷔전에서 합격점을 받게 된 슈틸리케 감독. ⓒ 연합뉴스

목표 삼은 무실점 승리 약속 지켰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날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집을 지을 때 지붕부터 짓지 않는 법이다. 공격이 강하면 승리하지만 수비를 잘하면 우승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며 “파라과이전에서 무실점을 보여준다면 뒷문이 안정됐다는 걸 증명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3일 동안 수비진의 간격 유지와 밸런스 훈련에 많은 비중을 뒀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며 화려한 커리어를 쌓은 슈틸리케 감독은 팀을 만들어가는 첫 과정으로 수비를 택한 것이다.

파라과이전에서 대표팀의 수비진은 몇 차례 개인 돌파를 허용했으며, 측면에서 크로스가 올라올 때 대인 마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슈팅 기회를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강팀들도 90분 동안 완벽할 수 없듯이 불과 3일 동안 손발을 맞춘 것을 감안할 때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것은 희망적인 요소임에 틀림없다.

이날 대표팀의 수비진은 유연한 움직임으로 파라과이 공격을 막아냈다. 측면에 위치한 풀백이 상대 진영으로 높이 올라가면 반대편에 위치한 풀백이 뒤로 물러서며 스리백의 형태를 유지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좌우 풀백이 모두 전진할 경우 딥라잉 플레이 메이커 기성용이 후방까지 내려와 스리백을 형성하기도 했다. 이러한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공수 밸런스는 90분간 흔들리지 않았다.


공격의 유연성-창의성 돋보여

슈틸리케 감독은 “현대축구에선 전술의 유연성이 중요하다"며 일관된 전술 대신 상황에 맞는 전략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날 선발 라인업을 살펴보면 이동국, 손흥민을 비롯해 부상으로 제외된 김신욱, 구자철이 전부 배제된 사실상 2진급에 가까운 공격진 구성이었다. 하지만 조영철, 김민우, 남태희는 기대 이상의 경기력으로 슈틸리케 감독을 흡족케 했다. 2선 공격수들은 수시로 유기적인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파라과이 수비를 교란했으며, 볼을 빼앗기는 즉시 최대한 높은 지점에서 압박을 가하며 상대 빌드업을 봉쇄했다.

김민우와 조영철은 수시로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고, 이청용과 남태희는 타이밍에 맞게 센스 있는 패스를 공급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대표팀은 전반 13분 조영철의 스루 패스에 이은 남태희의 빠른 쇄도로 좋은 기회를 엮어내더니 전반 27분 이청용과 김민우가 선제골을 합작했다. 전반 32분 두 번째 골은 유기적인 팀 플레이가 빛났다. 이청용의 스루 패스로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린 이용이 오른쪽에서 논스톱 패스를 넣어줬고, 남태희가 깔끔한 마무리 슈팅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후반에는 교체 투입된 손흥민의 가세로 공격력은 더욱 배가됐다. 손흥민은 좌우 측면과 중앙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평소와 달리 슈팅보단 도우미 역할에 치중했다.

후반 7분 기성용, 김민우를 거쳐 남태희가 넘긴 월패스를 손흥민이 헤딩으로 연결했고, 조영철이 문전에서 헤딩슛을 시도했지만 머리에 닿지 않았다. 후반 13분에는 손흥민이 김민우에게 완벽한 슈팅 기회를 만들어준 데 이어 후반 40분 이명주-손흥민-한교원으로 이어지는 창의적인 패스 플레이는 최근 대표팀 경기에서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주전 경쟁 본격화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파라과이, 코스타리카와의 2연전에서 23명의 선수를 모두 가동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원점부터 시작한다는 방증이다. 선수들의 주전 경쟁 역시 마찬가지다.

파라과이전에 나선 선발 11명 중 무려 7명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엔트리에 제외되거나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던 선수들이었다. 브라질의 악몽을 겪은 이들에겐 확실한 동기부여로 작용했다.

왼쪽 윙어 김민우는 슈틸리케 감독에게 결승골을 안겨줬으며, 남태희는 두 번째 골을 터뜨렸을 뿐만 아니라 빠른 스피드, 탈압박에서 위력을 선보이며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떠올랐다.

지난달 열린 베네수엘라전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골키퍼 김진현은 파라과이의 슈팅을 수차례 막아내며 붙박이로 굳어지는 듯 보였던 넘버원 골리 김승규와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격전지 중 하나인 왼쪽 풀백 경쟁에서 홍철의 등장은 더욱 예측 불허의 안개 정국으로 치닫게 됐으며, 센터백 곽태휘와 김기희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2015 아시안컵 출전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박시인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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