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지난 15일 LG전에서 승리하며 매직넘버를 모두 없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첫 페넌트레이스 4연패다. 거듭된 우승이지만 사자 군단은 보다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프로야구 역대 두 번째 한국시리즈 4회 연속 우승이다.
지금까지 프로야구에서 한국시리즈를 네 차례 내리 우승한 팀은 해태 타이거즈(1986~89)가 유일하다. 하지만 해태가 같은 기간 정규리그 1위에 오른 적은 1988년 한 해뿐이라 삼성이 도전하는 통합 4연패는 그만큼 가치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정규시즌을 모두 마친 삼성은 약 보름간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지켜보며 다음달 4일 열리는 한국시리즈에 대비한다. 올 시즌도 삼성의 객관적 전력을 감안하면 우승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삼성에 불안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10경기를 치른 11일 동안 급격한 부진에 빠진 삼성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이는 통합 4연패 여부에 변수가 될 수 있다.
페넌트레이스 1위팀이 한국시리즈를 치르기 전, 반드시 받는 질문이 있다. 바로 실전 경기 감각에 대한 상태다. 보름동안의 휴식은 길고 길었던 정규시즌의 고단함을 내려놓기에 충분하지만 그만큼 실전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물론 최근 프로야구에서 긴 휴식은 경기감각을 유지하는 것보다 좋은 결과를 빚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한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2002년부터 벌써 11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즉, 준PO나 PO에서는 몰라도 한국시리즈만큼은 업셋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들 우승팀들이 갖고 있는 하나의 공통점 있다. 정규시즌의 마지막을 큰 부진 없이 무난하게 끝마쳤다는 점이다.
2002년 통합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그해 마지막 10경기를 6승 4패로 끝마쳤고, 나란히 2년 연속 우승을 나눠가졌던 2003, 04년 현대와 2005, 06년 삼성도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뒀다.
왕조의 기치를 내걸었던 SK도 2008년 5승 5패로 주춤했지만 그래도 5할 승률은 유지하며 휴식기에 돌입했다. 통합 4연패를 노리는 삼성도 지난 3년간 마지막 10경기서 5할 밑으로 승률이 떨어진 적이 없다. 특히 2012년에는 막판 7연승 포함, 8승 2패로 기분 좋게 끝마쳤다.
올 시즌 삼성의 마지막 10경기 성적은 3승 7패다. 이 중에는 5연패도 포함되어 있다. 당시 류 감독은 갑작스런 부진 이유에 대해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투수는 무조건 막아야 하고, 타자는 쳐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는 것 같다"며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부담만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같은 기간 삼성은 투타 엇박자가 심하게 드러났다. 견고했던 수비도 균열 현상이 나타났다. 유일한 약점으로 거론되는 마무리 임창용도 지난 6일 두산전에서 9회 4실점하며 여전히 불안감을 노출하고 있다.
올 시즌 삼성은 압도적인 승률과 함께 완성된 팀이라 일컬어지지만 그 어느 때보다 ‘승자의 부담’을 안고 있는 팀이다. 심리적인 부분은 휴식이 보약인 육체적 부담에 비해 치유 기간이 훨씬 길다. 언제나 1등을 해야 한다는 삼성만의 부담이 이번 한국시리즈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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