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2년, 정의당과 통합진보당 엇갈린 명암
원내 의석은 7대 6에서 5대 5로, 지지율은 1대 3에서 4대 1로
정의당이 21일 창당 2주년을 맞았다. 다른 표현으로 통합진보당과 분당한 지 2년이 지났다.
지난 2년 동안 두 진보정당의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정의당이 노회찬 전 공동대표의 의원직 상실과 강동원 의원의 탈당 등 각종 악재 속에서 나름대로 존재감을 끌어올렸다면, 통합진보당은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태와 정부의 정당해산심판 청구 등으로 정당의 존폐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추락했다.
관건은 앞으로 벌어질 상황이다. 2016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릴 때까지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정의당은 원내 5석을 유지하게 된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이석기 의원이 상고심에서 실형을 확정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의석이 5석에서 4석으로 줄어들어 원내 제3정당의 지위까지 잃게 된다.
현 시점에서는 정의당과 통합진보당의 원내 지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통합진보당의 경우, 오병윤 원내대표는 지난 5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형을 선고받았으며, 이 의원은 1심과 항소심에서 내란선동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두 의원이 모두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통합진보당의 원내 의석수는 3석으로 줄어든다.
7대 6에서 5대 5로, 1대 3에서 4대 2로
정의당과 통합진보당은 2012년 분당 직후부터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가장 큰 변화는 원내 의석수다. 분당 당시 정의당은 지역구 3석에 비례대표 4석 등 7명, 통합진보당은 지역구 4석에 비례대표 2석 등 6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의당은 노 전 공동대표의 의원직 상실과 강 의원의 탈당으로, 통합진보당은 김선동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의석이 각 5석씩으로 줄어들었다.
현재까지 원내 제3정당은 통합진보당이다. 통합진보당은 19대 총선에서 10.5%의 정당득표율을 얻었지만, 정의당은 총선 후 창당해 정당득표율이 존재하지 않는다. 정당의 원내 지위는 의석수에 따라, 의석수가 같을 때에는 직전 총선에서 얻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가려진다.
이 의원에 대한 상고심 판결이 내년 2월께 예정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시기를 전후로 정의당의 원내 제3정당 지위 획득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두 정당의 지지율도 지난 2년간 눈에 띄는 변화를 겪었다.
분당 후 줄곧 정의당은 1%대, 통합진보당은 2~3%대 지지율을 각각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이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가 불거지면서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이 급락했고, 이후 두 정당의 지지율은 등락을 거듭하다가 지난 5월을 기점으로 완전히 역전됐다. 오히려 정의당의 지지율이 4%대까지 치솟았다.
최근 통계로는 리얼미터가 지난 13일부터 5일간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p)에서 정의당은 3.3%, 통합진보당은 2.2%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다만 지역기반에서는 아직까지 통합진보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통합진보당은 광역의원 3명과 기초의원 34명 등 모두 37명의 당선자를 냈다. 지역별로는 울산과 광주에서 각 9명씩 기초의원을 배출하며 선방했고, 전남과 경남에서 각각 7명과 6명(창원 4명)의 기초의원 당선자를 냈다. 또 광주와 전남, 전북에서 각 1명씩 비례대표 광역의원을 배출했다.
반면, 정의당은 대구 2명, 인천 2명, 경기 2명, 전북 2명, 전남 2명, 경북 1명 등 모두 11명의 기초의원 당선자를 내는 데 그쳤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연대를 통해 기존에 구청장을 확보하고 있던 인천 동구와 남동구에 기초단체장 후보를 냈지만 석패했고, 광역의원 당선자는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역과 지지기반 확보가 창당 2주년을 맞은 정의당에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향후 입지에 가장 큰 변수는 20대 총선 야권연대
한편, 다가오는 20대 총선에서는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과 연대 여부에 두 정당의 명운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얻은 지역구 7곳 중 6곳이 야권연대 지역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두 정당이 새정치연합의 협조 없이 자력으로 지역구를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전망이 밝은 쪽은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2012년 대통령 선거에 이어 6.4 지방선거, 7.30 재보궐선거에서도 새정치연합과 연대를 결성했다. 비록 지방선거 때에는 시도당 차원의 연대였고, 재보선 때에는 후보간 연대였지만, 연대가 이어져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당대 당 연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2012년 비례대표 부정경선 파동 이후부터 사실상 야권연대 불가 정당으로 낙인찍혔다. 특히 지방선거 때에는 일부 지역에서 후보 단일화가 논의됐으나, 새정치연합 중앙당의 반대로 연대로는 이어지지 못 했다. 20대 총선에서도 통합진보당과 새정치연합의 연대 가능성은 희박하다.
20대 총선에서 두 정당의 존폐는 원내 5석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행 선거법상 원내 4석 정당과 5석 정당에 지원되는 정당보조금(경상보조금+선거보조금)은 3배 가량 차이가 난다. 두 정당의 규모상 5석 미만 정당에 지급되는 보조금과 당비만으로는 기본적인 당 운영도 어렵다.
결과적으로 지난 2년보다는 앞으로 2년이, 당 통솔보다는 새정치연합과 관계가 두 정당의 운명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