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는 '프런트 야구'라고 할 만큼 현장의 감독보다 프런트의 영향력이 더 큰 시대다. ⓒ 롯데-KIA-SK-한화
‘가을야구’가 일으킨 바람보다 더 뜨겁고 거친 것은 단연 감독들을 향한 ‘칼바람’이다.
올 시즌 4강 진출에 실패한 팀들을 둘러싸고 감독들의 유임-해임을 둘러싼 논란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사령탑 교체가 결정된 팀은 롯데-두산-SK-한화 등 무려 4개팀에 이른다. 자진 사퇴냐 경질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모양새다.
SK와 두산은 지난 하루 사이 후임 감독을 결정하는 신속한 행보로 벌써 팀 개편에 돌입했다.
SK는 이만수 감독과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후임으로 김용희 육성총괄을 선임했다. 김용희 신임 감독은 1982년 롯데에서 데뷔한 프로야구 원년 스타 출신으로 1989년 플레잉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1994~1998년까지 롯데 감독, 2000년 삼성 감독을 역임했다. 2011년 9월부터 2013년까지 SK 2군 감독을 맡았고, 올해는 선수 육성과 신인 스카우트를 통합 관리하는 육성총괄을 맡았다.
두산은 송일수 감독을 한 시즌 만에 경질하고 김태형 신임 감독을 내정했다. 김태형 신임 감독은 1990년 전신 OB에 입단, 2001년까지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1995년과 2001년 한국시리즈 정상을 함께한 우승멤버다. 김경문-김진욱 등으로 이어지는 과거 프랜차이즈스타 출신 감독들의 계보를 잇는 상징성을 띤다.
어차피 한화 김응용 감독은 올해를 끝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상황이었다. 롯데 김시진 감독의 경우 계약기간이 남아있지만 팀이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아직 후임 감독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내부 인사 승격이나 프랜차이즈스타 출신 감독의 선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신' 김성근 감독의 이름도 계속 오르내리고 있다.
KIA는 올해 4강에 탈락한 팀 중 유일하게 기존 선동열 감독에 대한 재신임을 결정했다. 선동열 감독은 KIA 지휘봉을 잡은 2012년부터 구단 역사상 최초로 3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굴욕을 겪었다. 그러나 KIA는 레전드로서의 상징성과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한계 등을 고려해 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선 감독에게 다시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최근 일련의 칼바람에 대해 전직 야구 감독 포함한 야구인들은 지적한다. 팀 성적에 대한 책임을 모두 감독에게만 묻고 있을 뿐, 과연 이들을 선임한 프런트는 도대체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다.
최근 프로야구는 '프런트 야구'라고 할 만큼 현장의 감독보다 프런트의 영향력이 더 큰 시대다. 김시진 감독과 헤어진 롯데는 물론 두산 역시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루고도 경질된 김진욱 감독을 대신해 프로 1군 사령탑 경험이 부족한 송일수 감독을 선임했지만 포스트시즌도 가지 못한 채 1년도 안 되어 물러나는 굴욕을 겪었다. 이 역시 프런트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SK 김용희 감독이나 두산 김태형 감독이 선임된 배경도 능력에 대한 철저한 검증보다는 프런트와의 친분이 더 작용한 것은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품고 있다.
KIA 팬들은 3년간 구단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초래한 선동열 감독이 유임된 결정을 두고 불만이 많다. 그동안 구단의 미래에 대하여 이렇다 할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음에도 재계약을 안긴 것은 결국 선 감독의 영입을 주도한 프런트나 상층부 역시 지난 3년간의 실패에 대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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