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이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음달 14일과 18일 각각 암만(요르단)과 테헤란(이란) 원정으로 A매치 2연전을 앞둔 대표팀의 전력공백이 커졌다. 수비와 미드필드 자원은 어느 정도 대체자들이 풍부하지만, 문제는 이동국과 김신욱이 한꺼번에 부상으로 이탈한 최전방 공격진이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정강이 골절 부상을 당한 김신욱에 이어 베테랑 이동국 마저 지난 26일 열린 K리그 33라운드에서의 부상으로 6주 판정을 받았다. 당장 11월 A매치는 물론 내년 1월로 다가온 2015 호주 아시안컵 준비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대표팀에 현재 원톱 자원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동국과 김신욱이 빠진 지금이 바로 대표팀이 과감하게 새로운 대안을 실험할 수 있는 적기다.
현재 대표팀에 활용 가능한 자원 중에서 최전방을 소화할 수 있는 손흥민, 이근호, 조영철 등이 검증을 기다리고 있다.
손흥민은 레버쿠젠 이적 이후 주로 왼쪽 측면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지만 함부르크 시절만 해도 최전방 공격수에 가까웠다. 이근호는 슈틸리케호에는 아직 소집되지 않았지만 대표팀에서 종종 원톱을 소화한 경험이 있다. 조영철 역시 최근 평가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투입돼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K리그에서 활약하는 젊은 피들에 기회를 줄 가능성도 있다. 아시안게임 우승멤버이자 K리그 클래식에서 9골을 터뜨리고 있는 포항의 김승대는 젊은 공격수 중 올 시즌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선수다. 전남 이종호나 울산 양동현, 성남 김동섭 등도 리그에서의 활약을 감안하면 대표팀에서 기회를 얻을만한 자격이 있다.
전형적인 센터포워드나 타깃맨 자원이 많지 않지만, 전술적 유연성을 중시하는 슈틸리케 가목의 특성상 제로톱 혹은 변형 투톱을 구사하는 대안도 충분히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멤버들 외에도 남태희, 구자철, 기성용 등은 2선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은 만큼, 슈틸리케 감독의 결단에 따라 파격적인 조합이 나올 수도 있다.
최근 중동에서 새로운 둥지를 튼 박주영도 어쨌든 대표팀 공격진의 또 다른 후보다. 월드컵에서의 부진과 장기간의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중동진출 이후 득점포를 가동하며 회복세에 있다는 것은 대표팀 발탁을 위한 최소한의 마지노선은 충족한 셈이다.
이동국과 김신욱 등 포지션 경쟁자들이 줄부상을 당한 것도 박주영 입장에서는 어쨌든 호재인 셈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박주영을 꾸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박주영의 대표팀 발탁은 그리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다. 알 샤밥 이적 이후 아직 기량을 입증할 만큼 많은 경기를 소화한 게 아니다. 무엇보다 대표팀에서 박주영을 둘러싼 구설에 대한 곱지 않은 여론이 아직 남아있다.
제아무리 '제로베이스'에서 새 출발을 강조한 슈틸리케 감독이라고 해도 굳이 부담을 감수하며 박주영을 뽑아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도 아니고, 그만큼의 명분도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대표팀은 소속팀에서 꾸준히 활약을 이어오며 기량이 검증된 선수들을 중용해야 한다는 것은 '2014 브라질월드컵'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이다.
오히려 이미 서른을 넘기며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박주영에 미련을 두기보다 한 명이라도 더 젊은 공격수와 새로운 전술을 테스트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대표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박주영이 대표팀에서 속죄할 기회를 얻고 싶다면 더 이상 무임승차가 아니라 소속팀에서 실적과 의지를 통해 다른 선수들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증명해 보이는 게 우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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