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발 폭탄 '선거구 재획정' 차기 대권주자에게도...
수도·충청권 목소리 높아지고, 영·호남권 목소리 줄어들 듯
인구 이동 없는 단순 선거구 재획정은 영향력 없다는 주장도
헌법재판소가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기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정치권에 큰 파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차기 대통령 선거의 판세까지 영향력을 미치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구별 인구 편차 비율이 2대1을 넘어서지 않도록 하라’는 헌재의 결정을 적용하면 현재 전국 246곳의 선거구 가운데 25%에 해당하는 62곳을 조정해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수도권이 24곳(경기 16곳, 인천 5곳, 서울 3곳), 충청권(대전 1곳, 충남 3곳)의 경우 상한인구를 초과해 선거구를 조정하거나 신설해야 한다. 반면 경북 6곳, 전북 4곳, 전남 3곳, 강원 2곳은 인구가 미달해 선거구를 다른 곳과 합쳐야 한다.
즉, 수도권·충청권 등 중부 지역의 선거구는 증가하지만 영·호남 지역은 선거구가 감소하면서 중부지역이 전체 의석의 과반을 넘어서게 된다. 그간 대한민국의 정치가 영·호남을 중심으로 형성됐다면 선거구 재획정이 이뤄진 이후에는 중부지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에 따라 선거구 개편은 차기 총선을 거쳐 대권구도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며, 특히 수도권·충청권에 기반을 둔 주자들의 발언이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현재 잠재적 대권주자 가운데 수도권과 충청권을 기반으로 둔 인물은 여권의 경우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남경필 경기도지사, 야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다.
이 원내대표의 경우 지난해 4·24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로 복귀할 때부터 ‘충청권의 맹주’로 평가를 받으며 지역 내에서 견고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서 내리 5선을 한 남 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오르며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재선에 성공한 박 시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대권후보 가운데 선두를 지키는 등 ‘서울시장 = 대권주자’라는 가장 정석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 안 지사 역시 재선에 성공한 이후 대권주자로 성장하면서 유력한 차기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반대로 영·호남에 정치적 기반을 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정치적 지형이 무게추가 중부지역으로 쏠림에 따라 상대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3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중부권으로 정치지형이 이동하면 해당 지역에 기반을 둔 대권주자들의 정치적 발언권이 자연스레 커지고, 상대적으로 영·호남의 대권주자들의 경우 영향력이 현재에 비해 다소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히 충청권의 경우 지금까지는 영·호남 출신의 대선 후보에게 먼저 다가갔지만 향후 대선에서는 후보들이 충청권에 먼저 도움을 요청하며 다가가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대선, 인구 변화 없는 단순한 선거구 재획정은 영향 없다”
반면, 지역의 인구수가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선거구를 재획정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결국 대권주자의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선거구를 재획정한다고 해당 지역의 인구수가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권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누가 더 수도권에서 영향력이 있는가의 싸움”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선거구 재획정 전이나 후나 수도권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선거에서 승리하기 힘든 것은 똑같다”면서 “수도권에서 실질적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역주의에 바탕을 둔 과거 전략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하게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도 “중부권 의석이 늘어나더라도 영·호남 맹주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대권주자는 전국적인 득표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지역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처럼 선거인단이 구성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선거구 재획정 때문에 유불리가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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