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일본,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3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서 일본 사회의 병폐 비판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5)가 일본 사회의 병폐에 대해 비판했다.
하루키는 지난 3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전쟁이나 원전 사고 등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들에는 공통적으로 자기 책임 회피 (성향)이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키는 구체적으로 "1945년 종전(패전)에 관해서도,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관해서도 누구도 진심으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하루키는 일본 패전에 대해 "(일본인들은) 잘못한 것은 군벌일 뿐, 일왕도 이용당하고, 국민도 모두 속아 지독한 일을 겪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결국 전쟁이 끝난 후에는 누구도 잘못하지 않은 것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인에게는 '자신들이 가해자이기도 했다'는 발상이 기본적으로 희박하며, 그런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 하루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누가 가해자인지 진지하게 추궁되지 않았다"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인 것도 있지만, 이 상태로 가면 '지진과 쓰나미가 최대 가해자이며 (일본인) 모두는 피해자'라는 식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루키는 이날 인터뷰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세계가 좋아지지 않고 오히려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하루키는 "사람은 어느 정도 낙관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며 "우리 세대가 60년대에 가지고 있던 (세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이상주의를 새로운 형태로 젊은 세대에게 넘겨주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다. 젊은 세대를 위해 소설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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