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난 새정치련, 청와대 문건 논란 판키우기 돌입
명칭도 '국정농단 의혹사건' 국정조사 요구
새누리당 "검찰 조속 수사" 확산 차단 나서기
청와대 문건 유출로 촉발된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 새정치민주연합이 국정조사를 촉구하며 본격적인 ‘판 키우기’에 돌입했다. 청와대 문건의 유출 경위와 내용의 진위에 대해서는 이미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새정치연합은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 등 모든 수단을 꺼내들어 논란을 정쟁화하고 있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번 국정농단 진상 규명 노력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른 시간 안에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관한 상설특검 1호, 또는 국정조사를 당장 단행할 것을 새누리당에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유기홍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새정치연합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당장 국회 운영위를 소집할 것을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새정치연합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데에는 해당 논란을 정기국회 막바지 쟁점으로 키워 향후 정국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여야는 현재 공무원연금 개혁과 4자방(4대강사업·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 등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야권이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늘어나면, 여당의 입장에서는 협상력이 약해질 소지가 크다. 사안과 사안을 1대 1로 교환한다고 가정하면, 1개 현안에 대한 국정조사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가령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에 동참하는 조건으로 4자방과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한다면, 새누리당으로써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미루거나 국정조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기존에 개별 협상 대상이던 4자방은 하나의 패키지로 묶여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조사권이 검찰에서 국회로 넘어오면 유리한 쪽은 당연 야권이다. 일반적인 수사의 주체가 검찰이라면, 운영위 전체회의나 국정조사에서는 현직 국회의원들이 조사권자로 참여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야권은 정권의 핵심 관계자들을 무더기 증인으로 요청할 공산이 크다.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운영위가 소집될 경우,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물론 문건의 출처인 민전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비서관 이하 관계자들, 비선 실세로 불리는 비서관 3인방도 국회 출석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상임위나 국정조사에서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각종 의혹들이 여과 없이 공개된다. 이는 야당의 입장에서 정부 여당을 공격할 더 없이 좋은 수단이다.
새누리당이 정권과 관계된 논란들에 대해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은 빨리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고 신속히 매듭을 지어주기 바란다”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언론이 보도한 문건으로 인해 산적한 국정현안이 미뤄진다거나 국가 리더십을 흔드는 그런 시도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완구 원내대표 역시 “연말에 해야 할 일이 태산같이 많다. 그래서 이것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이른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두 다 협조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연말에 산적한 국정 현안에 여야가 공히 같이 진력하면서 정치적 공세는 지양해야겠다는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새누리당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정쟁의 대상을 원내 쟁점에서 분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정권 실세들이 줄소환될 우려도 적고, 기소 여부가 결정돼 수사 결과가 공개되지 전까지는 무차별적인 의혹 유포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의 신속한 수사로 책임자들이 조기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다면, 새누리당에게는 삼권분립과 사법부 존중이라는 새로운 명분이 생긴다. 이는 지난해 국가정보원 댓글 사태를 둘러싸고 새정치연합이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내세웠던 원칙이기도 하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당 차원에서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을 구성, 이날 1차 회의를 진행했다. 새정치연합은 4자방 비리와 관련해서도 분과별로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가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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