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나쁜 예 '칸타빌레' 시청률 부진 탓?
주원·심은경 등 톱스타 기용에도 고전
탄탄한 원작 불구 캐릭터 싱크로율 실패
원작의 무게는 무거웠다.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리메이크한 KBS2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가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했다.
2일 방송한 '내일도 칸타빌레'에서는 주인공 차유진(주원)과 설내일(심은경)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유진은 내일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했고, 내일 역시 유진으로 인해 한층 성장한 자신을 발견했다. 이날 마지막회 시청률은 4.9%(닐슨코리아·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월화극 꼴찌에 해당한다. MBC '오만과 편견'과 SBS '비밀의 문'은 11.1%와 5.4%를 각각 나타냈다.
'내일도 칸타빌레'는 클래식 음악계를 배경으로 꿈을 키워나가는 청춘들의 사랑과 성장 스토리를 담았다. 드라마는 방영 전부터 여주인공 캐스팅을 두고 화제가 됐다. 일부 매체가 확정되지 않은 '캐스팅설'을 보도하면서 온라인이 들끓었던 것. 결국 여주인공 후보에 올랐던 심은경이 최종 낙점됐다.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커졌고 주연 배우들과 제작진은 부담감을 떠안고 촬영을 시작했다. 원작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특히 여주인공인 심은경은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그는 "우에노 주리만의 캐릭터라고 생각했다"며 "고민도 많이 했고, 부담감 때문에 울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10월 13일 방송된 첫 회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극명히 갈렸다. "재밌고 신선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날 시청률은 8.5%를 기록했다. 첫 방송에서는 선전했지만 이때뿐이었다. 회가 거듭될수록 시청률은 곤두박질쳤다.
최근에는 4%대라는 민망한 시청률을 나타냈다. 비교적 연기를 잘 한다고 알려진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까지 일 정도로 드라마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작품에 대한 제작진의 해석이다. 일본판의 매력은 주인공의 과장 액션이다. 원작은 일본 특유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국내 정서에 맞을지는 미지수였다. 어쩌면 처음부터 만들지 말았어야 할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일본 원작과 유사한 캐릭터와 연출은 독이 됐다.
특히 '수상한 그녀'로 일약 스타가 된 심은경은 캐릭터를 잘못 만나 홀로 힘든 싸움을 했다. 내일이 유진을 "선배~"라고 부르며 졸졸 쫓아다니는 모습을 귀여웠지만 이내 "오라방~"이라고 부르는 장면에선 귀를 의심할 정도로 어색했다. 과장된 캐릭터 때문에 연기는 쉽사리 공감을 얻지 못했다. 원작의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점차 힘을 잃었다.
심은경 측 관계자는 "심은경이 많이 힘들어 했다"며 "언젠가는 겪을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굿닥터'로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인 주원에게 까칠한 지휘자 캐릭터 역시 버겁게 보였다. 세계적인 지휘자를 꿈꾸는 유진을 연기한 주원은 도도한 남자로 변신했다. 그간 선보이지 않았던 캐릭터로 색다른 매력을 선사했지만, 지휘하는 모습에선 카리스마를 느낄 수 없었다.
주원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드라마를 혼자 이끄는 것 같다"며 안쓰러워하는 반응도 있었지만 "지휘자 역할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앞에서 작품을 지휘한 제작진은 이 모든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하다.
제작진은 제작발표회에서 음악 이야기라고 했지만, 음악에 집중하기에 힘들었다는 시청자도 많았다. 그렇다고 사랑 이야기도 아니다. 이도 저도 아닌 이야기는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갈 길을 잃었다.
사실 이러한 실패는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지난해 방영된 SBS '수상한 가정부'와 MBC '여왕의 교실'도 일본 작품을 리메이크한 드라마다. 두 드라마 모두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 설정으로 거부감을 일으켰다.
'내일도 칸타빌레'는 두 작품의 실패 절차를 고스란히 밟았다. 주원·심은경이라는 배우들의 이름값만 믿었을까. 출발부터 끝까지 어설픈 드라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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