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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모든 아버지를 위한 영화 '국제시장'


입력 2014.12.07 09:51 수정 2014.12.07 11:34        부수정 기자

'해운대' 윤제균 감독 신작…제작비 180억원

황정민·김윤진·오달수·라미란 등 주조연 탄탄

윤제균 감독의 신작 '국제시장'은 가족을 위해 희생한 아버지를 소재로 한다. 배우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등이 출연한다. ⓒ CJ엔터테인먼트

"당신 인생을 한 번 살아봐요. 왜 당신 인생에 당신은 없냐고요."

아내 영자(김윤진)는 남편 덕수(황정민)가 답답하다.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서 사는 덕수. 자기 자신보다 가족이 먼저인 덕수는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모진 풍파를 견뎌낸다. "괜찮다. 내 팔자다"라고 말하는 덕수를 보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은 1950년 6·25전쟁 시절부터 현재까지 격동의 현대사를 지낸 덕수의 삶을 그렸다. 영화는 초반부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함경도 흥남에서 살던 덕수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아버지(정진영), 동생 막순과 생이별을 한다.

이후 덕수의 가족은 부산 국제시장에 정착한다. 어린 덕수는 아버지를 대신해 일찍 가장이 된다. 딸린 식구만 세 명이다. 덕수는 서울대에 합격한 동생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파독 광부에 지원한다. 독일 탄광 현장은 열악하다. 일을 마치고 잠이 들 즈음엔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숨죽여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일만 하던 덕수에게도 사랑이 찾아온다. 한국 간호사 영자는 덕수에게 힘이 되는 존재다. 덕수는 광산이 무너져 한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이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사랑을 확인, 고국으로 돌아와 부부가 된다.

덕수는 또 한 번 큰 결심을 한다. 동생의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베트남전 기술근로자를 지원한 것. 아내가 눈물로 호소하며 말려도 소용없다. '가족을 위한 희생'을 보노라면 안쓰러움이 밀려온다. 덕수는 베트남에서도 몇 차례에 걸쳐 죽을 고비를 넘기다 고국으로 돌아온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아버지'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성을 내세웠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오로지 가족을 위해 묵묵히 앞만 보고 달려가는 그를 보노라면 우리 아버지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윤제균 감독의 신작 '국제시장'은 가족을 위해 희생한 아버지를 소재로 한다. 배우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등이 출연한다. ⓒ CJ엔터테인먼트

아버지를 소재로 한 만큼 눈물을 자극하는 장면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특히 극 후반부에 그려지는 이산가족 상봉 장면에선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눈물이 터져 나온다. 이산가족들의 절절한 사연과 당시 방영된 실제 이산가족 상봉 영상이 나올 땐 가슴이 미어지기도 한다. 덕수가 동생 막순이와 통화할 때 오열하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노인이 된 덕수와 영자 곁에는 사랑스러운 손자들이 있다. 화기애애한 가족 모임에서 덕수는 방 안으로 들어가 아버지 사진을 본다. "아버지,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요. 근데 나 진짜 힘들었거든요." 그간 잘 참고 견뎠던 덕수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끝까지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이다.

연기파 배우 황정민이 덕수를, 김윤진이 영자를 연기했다. 오달수, 라미란, 김슬기 등 충무로의 쟁쟁한 배우들도 출연했다. 주·조연진의 연기력은 흠잡을 데 없다.

영화는 큰 반전 없이 단순하다. 가족을 위해 살아온 아버지의 삶을 역사적인 사건 순으로 그려낸다. 너무 많은 눈물을 자극하는 장면은 '신파'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억지로 눈물을 짜내진 않는다.

덕수는 영자에게 "모진 풍파를 자식들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게 다행"이라고 말한다. 아버지의 마음이 단적으로 나타나는 대사다.

윤 감독은 "힘들고 어려웠던 그 시절에 가족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친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총 제작비로 180억원을 썼다. 흥행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12월 1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26분.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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