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비선실세 논란, 2012년 '인혁당 인터뷰' 때부터"
라디오 출연 "자신이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해 의혹 키워"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11일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촉발된 청와대 ‘비선실세’ 논란이 2012년 대통령 선거 전부터 반복돼온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2012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가 크게 고생을 하고 그야말로 악재가 됐던 것은 두 차례에 걸친, 이른바 부친 시절에 있었던 문제에 관한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9월 10일 인민혁명당 관련 인터뷰와 10월 21일 정수장학회 논란 기자회견을 언급했다.
먼저 이 교수는 인혁당 인터뷰와 관련해 “당시 박 후보가 인혁당 판결에는 두 개가 있다는 등 상식에 벗어나는 답변을 해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그래서 그 후에 지지도가 10% 이상 빠지고 대선캠프 자체가 혼란에 빠졌다”며 “그런 과정에서 후보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당시 선거캠프에서는 인터뷰 답변과 관련해 어떤 논의도 없었다. 또 캠프 내에는 황우여 대표(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 등 법조인 출신 인사들이 많았으나, 이들도 박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 하고 있었다.
이 교수는 “2007년 박 대통령이 경선에서 인혁당 문제와 관련해 장준하 선생의 부인과 만난 것도 내가 다 들었다”며 “그래서 왜 그때와는 다른 발언이 나왔는가, 이런 걸 상당히 고민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가면 선거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박 대통령의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그것도 전혀 엉뚱한 기자회견을 해서 아주 낭패를 당했다”며 “그래서 내가 이런 것이 계속 반복되는구나, 굉장히 낙담을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당시 박 대통령의 돌발적인 언행이 선거캠프의 공식적인 의사결정 기구가 아닌 개인의 비서진들, 이른바 ‘비선’들에 의해 이뤄졌고, 이 같은 상황이 현재까지 반복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대통령이 됐으면 중대한 국사에 대해서는 관계 장관 및 수석비서관들과 자주 만나고 의논을 하고 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그래서 박 대통령이 자신이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이런 필요 이상의 의혹을 키우고 국정이 순탄치 않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교수는 ‘정윤회 문건’ 파동과 관련, 박 대통령이 문건을 ‘찌라시(정보지)’라고 단정한 것이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그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오이 밭에 들어가면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마라. 그래서 대통령은 엄정한 수사를 하라는 것에서 그쳐야지, 이른바 답을 미리 제시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이 교수는 “한 번 과거로 돌아가서 만일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시 아들 김현철 씨를 수사하게 될 심재륜 특임검사가 수사를 시작할 때 ‘우리 현철이가 그럴 리가 없다’라고 한 마디 했으면 수사가 잘 됐겠느냐”며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특임검사한테 맡기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나는 그런 면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참으로 훌륭한 대통령이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며 박 대통령의 언행을 에둘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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