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드라마 '펀치' vs '오만과 편견', 어떻게 다를까
'황금의 제국'·'추적자' 박경수 작가 신작
김래원·김아중, 안방극장 3년 만의 복귀
잘 나가던 검사가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권력의 충견으로 살아온 그는 그제야 인생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가장 화려한 순간에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한 검사의 핏빛 참회록. SBS 새 월화드라마 '펀치' 얘기다.
'펀치'는 대검찰청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 박정환 검사(김래원)의 생애 마지막 6개월의 기록을 그린다. '추적자', '황금의 제국'의 박경수 작가가 대본을 집필하고 '패션왕', '두 여자의 방'의 이명우 PD가 연출한다.
지난 11일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이 PD는 "검사를 소재로 했지만 사람의 이야기"라며 "검사 임용 선서를 할 때 정의롭고 약자의 편에 서겠다고 다짐한 검사들이 시간이 지나 힘과 권력을 좇는 과정을 그린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공교롭게도 '펀치'는 같은 소재를 내세운 경쟁작 MBC '오만과 편견'과 맞붙는다. '오만과 편견'은 톱스타 캐스팅 없이 탄탄한 이야기로 월화극 1위를 질주 중이다. 부담될 법도 하다.
"편성이 확정될 무렵에 경쟁작 얘기를 들었는데, 처음엔 걱정도 했고 부담도 됐죠. 하지만 소재만 같을 뿐이지 추구하는 바는 달라요. '펀치'는 대검찰청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욕망, 사랑, 믿음, 배신 등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있는 드라마예요. 경쟁작보다 더 잘 만들어야 겠죠?"(이 PD)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은 박 작가 특유의 빠른 전개가 돋보였다. 한 사건으로 인해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관계와 그로 인해 밝혀지는 음모와 비리를 예고해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긴장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어떤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데 탁월한 박 작가는 이번엔 세 개의 공간을 만들었다. 극 중 박정환 검사(김래원)가 전쟁터로 느끼는 대검찰청 13층, 인간 박정환이 사는 집, 박정환의 전처 신하경(김아중)과 딸이 살던 아파트가 그렇다.
이 PD는 각 공간을 콘셉트에 맞게 연출했다. 대검찰청은 살벌하고 차갑게, 아파트와 집은 따뜻하고 소박하게 표현한 것. 그는 "세 공간이 잘 어우러지게 연출할 것"이라며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펀치'에는 검사를 직업으로 한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검사를 소재로 내세웠을 뿐이지 사람 그 자체에 주목했다.
SBS '천일의 약속'(2011) 이후 3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김래원이 주인공 박정환 검사를 연기한다. 극 중 불의와 타협해 성공의 정점에 서지만 악성 뇌종양에 걸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캐릭터다. 죽음을 앞두고 후회 없는 삶의 마침표를 위해 법조계를 향해 칼을 빼 든다.
김래원은 "대본이 정말 재미있었고,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라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드라마 촬영 전까지 영화를 해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김래원은 캐릭터를 위해 밥도 거르는 등 온전히 박 검사로 지내고 있다. 이 PD는 김래원의 근성과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박 검사는 진정성 있는 연기자가 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김래원이 제격이죠. 평상시에도 감정 이입을 해서 말 붙이기도 어려울 정도예요."
김래원이 생각하는 '펀치'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인물들의 관계가 사실적이에요. 사랑, 우정, 배신 등이 잘 그려져 있고 갈등을 풀어나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요."
캐릭터에 대해서는 "박 검사의 인생을 인생을 '좋다',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순 없어요. 그는 단지 꿈을 향해 산 거죠. 시한부 선고를 받고 이전보다 선한 방향으로 꿈을 꾸게 됩니다."
배우 김아중이 박 검사의 곁을 지키는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신하경을 연기한다. 박정환과는 이혼했으나 전 남편에 대한 연민과 시한부 삶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그의 곁을 지킨다. 안방 복귀는 SBS '싸인' 이후 3년 만이다.
신하경은 극 중 가장 따뜻하면서, 인간적이고, 정의감 넘치는 검사다. 그간 검사 드라마에서 종종 다뤄진 멋있는 검사의 표본이다.
"어떻게 보면 뻔한 검사 캐릭터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제가 맡은 신하경은 깊이가 다르다고 느껴졌으면 해요. 선입견에 갇히지 않고 실제 상황에 맞게 연기할 거예요. 검사 캐릭터를 일부러 다르게 연기하는 것보단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데 신경 썼습니다."
김아중은 "대중의 평가나 시청률이 두렵지 않은 작품"이라며 "작품에 참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 초 종영한 KBS1 '정도전'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조재현은 검찰총장 이태준 역을 맡았다. 공안검사로 시작해 온갖 악행을 마다치 않고 검찰총장에 오른 인물. 자신을 그 자리에 올린 박정환과 조력자에서 적대자로 다시 만나 생존을 건 한판 대결를 펼친다.
조재현은 "사람을 다루는 게 좋았다"며 "모든 캐릭터에서 사람이 보여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출연 계기를 말했다. 검사 역할을 위해 조재현은 관련 고위 공직자를 만나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정도전'의 팬이라고 해서 만났어요. 그분이 '검찰 이미지가 나빠진 건 검찰이 오만했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대한민국 검사에 대한 희망이 보였죠."
점점 살기 힘들고 희망조차 안 보이는 요즘. 조재현은 '펀치'가 이 시대에 맞는 드라마라고 했다.
이들 외에도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이 대거 나온다. 최명길은 법무부장관 윤지숙을, 김응수는 대검찰청 차장검사 정국현을 각각 연기한다.
박혁권은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조강재 역을, 온주완은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 이호성 역을, 서지혜는 박정환 수하의 현직 검사 최연진 역을 맡았다.
15일 오후 10시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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