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후계자' 홍정호, 비온 뒤 땅 굳는다
7경기 만에 선발 출전..최강 바이에른 뮌헨전 팀내 최고평점
브라질월드컵 실패로 혹독한 비난..수비수 홍명보 이후 명예회복
축구 수비수는 열 번 잘하다가도 한 번 못하면 혹독한 비난 세례를 받는다.
억울하지만 축구라는 스포츠가 그렇다. 승리에 목마른 서포터는 선수들의 실수를 용납할 여유가 없다.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45)도 현역시절 모진 풍파를 겪었다. 1998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에서 5골을 얻어맞아 모든 비난을 떠안았다. 그러나 비온 뒤 땅이 굳듯, 2002 한일월드컵에서 명예 회복했다.
‘홍명보 후계자’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도 선배가 걸어온 길 초입에 들어섰다. 홍정호는 2012 런던올림픽 개막 직전 무릎부상으로 꿈을 펼치지 못했다. 2년 뒤 천신만고 끝에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했지만 알제리전 4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축구팬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억울할 법도 하다. 브라질월드컵 참패는 연대 책임이었다. 그러나 홍정호는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구슬땀을 흘렸다.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로 복귀해 거구들과 몸을 부대끼며 신체를 단련했다. 어느새 부상 트라우마도 사라졌다.
홍정호의 잠재력은 ‘분데스리가 최강’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드러났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지난 14일 열린 15라운드서 바이에른 뮌헨에 0-4 대패했다. 전반에 ‘무실점’ 경기를 펼친 아우크스부르크는 후반 와르르 무너졌다. 메흐디 베나티아, 아르옌 로번(2골), 레반도프스키에 연속골을 내줬다.
졌지만 소득 있는 경기였다. 홍정호는 리그 7경기 만에 선발 출전했다. 비록 4실점 했지만 홍정호의잘못이 아니었다. ‘좌우 풀백’이 문제였다. 로번과 리베리의 드리블 돌파에 속수무책 당했다. 동료의 패스 실수도 아쉽다. 또 뮌헨의 공격을 1차적으로 걸러주지 못한 미드필더 책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홍정호는 뮌헨 최정상급 공격수를 상대로 제공권서 우위를 보였다. 일대일 싸움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날카로운 태클로 상대의 슈팅을 차단했다. 시야도 트였다. 침투 패스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현역시절 홍명보 움직임이 떠오를 정도였다.
경기 후 영국 ‘후스코어드 닷컴’은 홍정호에게 평점 7.5를 줬다. 이는 팀 내 1위, 양 팀 통틀어 5위에 해당한다. 아르연 로벤이 9.1로 최우수선수(MOM), 뒤이어 프랭크 리베리(8.6), 메흐디 베나티아(8.3) 바슈티안 슈바인슈타이거(7.7), 홍정호(7.5)가 이름을 올렸다
물론 홍정호에게도 보완할 점은 있다. 얌전한 수비와 압박 타이밍이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홍정호는 그동안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음을 감안한다면 잠재력은 열려있다.
비가 온 뒤에 땅이 굳듯 홍정호도 비상 준비를 마쳤다. 실점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젊은 나이에 혹독한 시련을 겪었기에 더욱 성숙해졌다. 경험이 쌓인 지금부터는 기회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2015 아시안컵에서 '홍명보 후계자' 홍정호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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