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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결산④] 케이블·종편 드라마의 반란


입력 2014.12.19 09:54 수정 2014.12.19 10:00        부수정 기자

비지상파 작품, 높은 시청률 기록하며 인기

스타 의존도 줄이고 반사전제작 시스템 적용

올해는 비지상파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JTBC '밀회'·tvN'미생'·'고교처세왕'·OCN'나쁜녀석들' 포스터(왼쪽위부터 시계방향)ⓒ JTBC·CJ E&M

2014년은 지상파 드라마가 유난히 고전했던 한해였다. 톱스타를 내세웠음에도 시청률 10%대를 넘기지 못해 쓸쓸하게 종영한 작품이 많았다. 반면 케이블·종편 드라마는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약진했다. 탄탄한 이야기와 반사전제작 시스템, 독특한 소재 등으로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드라마들을 살펴보자.

상반기 = 김희애·유아인 멜로 JTBC '밀회'

'스무 살 연상연하 로맨스'를 내건 '밀회'는 파격적인 소재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스승과 제자간의 사랑, 그리고 불륜을 연기한 배우는 김희애와 유아인이었다.

김희애는 극 중 서한예술재단 기획실장이자 완벽한 커리어 우먼인 오혜원을 연기했다. 화려한 상류층의 중심에 있던 오혜원은 스무 살 연하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유아인)와 치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유아인은 감성적인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로 분했다. 자신의 능력을 미처 알지 못했던 선재는 혜원을 만나 재능을 꽃 피우고 동시에 사랑에 눈을 뜬다.

두 사람이 그린 사랑에 대해선 "불륜",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반응으로 엇갈렸다. 그럼에도 호평을 받은 건 자극적인 불륜 드라마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그간 선보인 불륜극이 막장과 복수에 초점을 맞췄다면 '밀회'는 한 여성의 자아찾기에 주목했다.

시청자들은 오점없이 살아온 오혜원이 순수한 청년과의 위험한 사랑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이야기에 공감했다. 음대 비리를 사실적으로 다룬 것도 흥미로웠다. 안판석 PD와 섬세한 연출과 정성주 작가의 단단한 필력도 인기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파격 소재 때문에 드라마는 방영 내내 화제를 모았다. 온라인에서는 '불륜이냐 아니냐'는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어쨌든 시청률과 관심을 동시에 잡으며 종편 드라마의 성공을 알린 건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종영 시청률은 5.372%(닐슨코리아·유료 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하반기 = 우리 모두가 '미생'…tvN '미생'

지난 10월 첫 방송한 '미생'은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해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주인공 장그래(임시완)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종합상사에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이성민 임시완 강소라 강하늘 변요한 등이 이 시대의 모든 직장인을 대변했다.

드라마가 일으킨 반향은 대단했다. 원작 만화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200만부를 팔아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됐다. 시청률도 10%대를 웃돌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생'은 평범한 직장인들의 삶을 다뤘다. 하루 종일 일에 찌들고 사내 정치에 치이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억지 러브라인 없이도 성공한 이유다.

가정을 위해 하기 싫은 일도 참고 해야하는 중년 남성 오차장(이성민), 고졸 출신 계약직 사원 장그래(임시완)의 설움, 지질한 남자들의 세계에서 좌절하는 잘난 여자 안영이(강소라) 등은 회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다. 평범한 캐릭터들은 '우리 모두가 미생'이라고 외치는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임시완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저마다 힘든 일을 겪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며 세상의 모든 장그래에게 건넨 위로는 뭉클했다.

'미생'은 특히 시청률만을 위해 억지 전개와 막장 소재에만 집중하는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를 꼬집었다.김원석 PD는 "소시민들의 삶을 보여주는 드라마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건드릴 수 있고 소중한 순간들이 보석처럼 빛나는 드라마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비지상파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tvN '갑동이'·'응급남녀' 포스터 ⓒ CJ E&M

또 다른 케이블 드라마의 반란

두 드라마 외에도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드라마가 있었다. 지난 13일 종영한 OCN '나쁜 녀석들'은 시청률 4.3%, 순간 최고 시청률은 5.9%(케이블·위성TV·IPTV 포함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를 기록, OCN 역대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나타낸 작품이 됐다.

드라마는 조직폭력배(마동석), 사이코패스(박해진), 살인 청부업자(조동혁) 등 '나쁜 놈'들이 모여 강력범죄를 저지른 '더 나쁜 놈'들을 소탕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들을 이끄는 형사 오구탁 역은 김상중이 맡았다.

19금 하드 보일드 작품에도 인기를 끈 건 배우들의 호연과 탄탄한 이야기, 심장이 '쫄깃'해지는 빠른 전개 덕분이다. 반사전 제작 시스템을 적용해 완성도를 높인 것도 인기 비결이다. 극 중반부에 촬영을 마쳐 종방연을 한 건 지상파 드라마에선 볼 수 없는 일이다.

지난 1월 방송한 '응급남녀'도 평균 시청률 5.0%를 기록, 젊은 층의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혼한 부부가 앙숙으로 다시 만나 티격태격, 알콩달콩 사랑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최진혁과 송지효가 출연했다.

지난 6월 종영한 '갑동이'는 경기도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범죄 수사드라마였다. '범인 찾기'를 통해 드라마가 주목한 건 범죄로 인해 저마다의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었다. 한 사건으로 인해 평생 아파하며 사는 사람들을 통해 '공소시효 폐지'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철없는 고교생과 직장인의 연상연하 로맨스 '고교처세왕'도 달콤한 재미를 선사했다. 코믹 오피스 활극이라는 다소 독특한 장르르 표방한 드라마는 고교생 민석이(서인국) 형을 대신해 대기업 간부로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렸다.

'교복의 아이콘' 서인국과 어리숙하면서도 귀여운 이하나가 펼치는 로맨스는 여성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켰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순수한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통한다는 걸 입증한 작품이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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