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든 혈액암 보상" …파격 협상안 제시했지만 …

장봄이 기자

입력 2015.01.16 17:32  수정 2015.01.16 23:22

2차 조정위 공개 진행… 삼성전자·가족대책위·반올림의 해결방안 청취

삼성전자 "근무기간·인과관계 따지지 않겠다" vs 가족대책위 "1년 이상 근무·12년 이내 발병" vs 반올림 "사과 우선·3개월 근무·유해물질정보 공개"주장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 직업병에 걸려 사망한 근로자와 유족에 대한 피해 보상을 협의하는 2차 조정위원회가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된 2차 조정위는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 인권단체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3자가 각각 제안서를 발표한 뒤 조정위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조정위원장인 김지형 전 대법관(왼쪽에서 세번째)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근무기간 ·인과관계 따지지 않고 모든 혈액암 피해자에게 무조건 위로금 지급하겠다.”

삼성전자가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해결을 위해 전향적인 협상안을 제시했다. 또한 인전·보건 관련 자료 보존을 법정기간의 2배로 연장하고, 성분을 알 수 없는 공급사의 영업비밀 물질에 대해 수시로 유해성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측의 파격적 협상제안에 가족대책위위는 비슷한 입장을 보였으나 반올림측은 삼성전자측의 구체적인 사과와 함께 보상범위를 한정짓지 말아야한다며 여전히 견해를 달리했다. 이에따라 향후 3자간 협상 조정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16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충정로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된 ‘2차 조정기일’에 참석해 “백혈병 피해 보상 제기자 뿐 아니라 기준에 부합하는 모든 사람에게 보상하겠다”면서 전향적인 협상안을 제안했다.

◇삼성 “모든 혈액암, 퇴직후 20년” vs 가족대책위 “1년 이상 근무· 퇴직후 12년 이내” vs 반올림 “근무 3개월 이내·퇴직시기 한정짓지 말아야”

보상문제와 관련,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백수현 전무는 “백혈병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혈액암을 보상 대상으로 삼고, 여기에 기존에 회사 사업장에서 산업재해 승인 이력이 있는 뇌종양과 유방암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존 보상대상이었던 혈액암은 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 재생불량성빈혈, 다발성골수종, 골수이형성증후군 등 5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뇌종양과 유방암을 추가하기로 함에 따라 보상 대상 질병은 총 7종으로 늘어나게 됐다.

보상대상도 대폭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이상질병 발병자로 담당직무와 재직기간, 퇴직과 발병시기 등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하면 인과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보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퇴직 후 10년 이내에 발병한 경우 다른 조건이 충족되면 퇴직 후 어떤 일을 했는가와 무관하게 보상대상에 포함될 수 있게 됐고, 퇴직시기는 20년 전 퇴직자까지 포함시킴으로써 보상대상을 대폭 확대시켰다.

특히 삼성전자는 산재신청자 뿐 아니라, 위의 기준에 부합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보상하겠다는 계획이다. 타당한 근거가 제시되면 다른 발병자에 대해서도 보상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백수현 전무는 “3~6개월 신청받아 보상금 지급하겠다”면서 “이는 회사발전에 기여한데 대한 보답차원의 보상이기 때문에 별도의 산업재해나 손해배상 신청에도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올림측은 “반도체 및 LCD생산라인에서 3개월 이상 근무한 노동자 누구나 보상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올림측은 “퇴직시기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면서 “재직중은 물론 퇴직 이후 20년 이내 발병한 경우도 보상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삼성측 “사회통념상 합리적 수준” vs 가족대책위 “손해배상+특별손해” vs 반올림 “사망으로 일을 할 수 없어 생긴 피해보상, 산재인정 방해로 끼친 고통 보상”
보상금액에 대해서는 사회 통념상 합리적인 수준에서 보상액을 책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유는 산업재해나 손해배상처럼 객관적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아 금액 책정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기존 산재보상 제도나 다른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란 점도 이유로 꼽았다.

백수현 전무는 “손해배상 산재와 달리 객관적 기준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고심할 수 밖에 없고, 사회통념상 수준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사회통념상 합리적 수준이라는 것은 찾아가는 과정에서 열린마음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가족대채위원회측은 “보상대상 선정과, 보상 범위에 대해 일반적인 기준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뒤 “기존 6명에 대한 보상을 우선적으로 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가족대책위측은 “보상범위는 무한정 넓힐수 없기 때문에 퇴직후 발병은 생산공정에서 1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후 12년 이내 발병 가족이나 유족으로 정할 것”을 제안했다.

다만, 가족대책위 측은 “기존 6명에 대한 보상을 우선적으로 해결해 주되, 협력업체나 사내하청 소속 근로자의 경우, 모두 보상하면 끝이 없기 없기 때문에 조정위원회에 구체적인 사실을 신고해온 근로자나 유족을 대상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보상범위는 일반적인 손해배상에서 적극적·소극적 위자료로 하되 가족들이 정신적·육체적 어려움을 겪은데 대한 특별손해까지 포함시키자는 입장이다.

보상기준은 일반적인 기준으로 정해 앞으로 다른 근로자에 대해서도 추후 보상을 선언해 달라고 요청했다.

가족대책위 측은“개별적인 문제는 개별협상하되 조정위 절차와 병행해야 한다”면서 “한꺼번에 진행할 경우 효율적이지 않고, 기밀문제도 있어 개별적으로 협의하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조정위원회에서 조정해 달라”고 제안했다.

반면 반올림측은 “진단과 치료, 간병에 필요한 모든 비용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올림 측은 “투병 혹은 사망으로 일을 할 수 없어 생긴 피해에 대한 보상과 간병으로 가족이 일을 할 수 없어 생긴 경제적 피해에 대한 보상까지 이뤄져야 한다”면서 “아울러 정신적 보상은 물론 그동안 산재인정을 어렵게 만들어 피해자와 가족에 끼친 고통에 대한 보상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삼성 “안전·보건자료 보존기간 2배 늘리고, 수시 유해성검증” vs 가족대책위 “재단설립하자” vs 반올림 “사과 우선·유해물질정보 공개·안전보건위 설치”

예방대책과 관련, 삼성전자는 성분을 알 수 없는 공급사 영업비밀 물질에 대해 수시로 샘플링 조사를 실시해 유해성분 포함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법정 유해물질은 영업비밀에 포함할 수 없도록 관련 법이 규정하고 있어 물질 도입시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보증서를 받아 서면으로 검증해왔으나 앞으로는 수시 샘플링 조사로 유해성 검증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백수현 전무는 “안전·보건과 관련한 자료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한 보존 기간보다 2배로 늘려 보존하기로 했다”면서 “2년짜리 자료는 4년, 3년 자료는 6년, 5년 자료는 10년으로 늘리되 최대 30년 이내로 보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해당 자료의 법정 보존기간 이후 발병해 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삼성전자측은 기대했다.

이에대해 가족대책위는 재발방지를 위한 재단설립(가칭 건강재단)을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취급 유해물질에 대한 정보수집과 노출평가, 방지계획 수립 등 직업병 예방을 위한 활동과 피해자 재발 등을 살피기 위한 목적에서다.

재단구성은 3자간 적절한 규현과 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삼성전자 추천 3명, 가족대책위 추천 3명, 반올림 추천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하되, 재단이사장은 삼성전자가 추천하길 제안했다.

이와관련, 반올림은 삼성전자측의 구체적인 사과와 사용되는 유해물질 정보 공개, 화학물질안전보건위원회 설치 등을 주장하는 등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한 조정위는 삼성 측에서 제안한 전자라인 참관을 받아들여, 오는 21일 오후 3시 조정위원들과 반올림·가족대책위 각각 3명이 함께 기흥공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한편 지난달 18일 1차 조정위가 열린 뒤 한달만에 열린 이날 ‘2차 조정위’는 언론 등 대외에 처음으로 공개된채 진행돼 관심을 끌었다.

이날 조정위는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 측은 각각 각자가 준비해온 해결 방안을 담은 제안서를 발표한뒤, 조정위원장 및 위원 2명 등 총 3명으로 구성된 조정위와 교섭 주체들이 각 제안 사항을 토대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조정위원들은 3개 협상주체가 제안한 보상기준, 범위, 재발방지 대책과 관련해 다양한 질의를 했다. 보상기준과 보상범위를 제안한 합리적 근거와 재발방지 대책의 적절성, 정보공개 범위의 타당성 등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김지형 조정위원장은 “오늘 조정기일은 각 협상주체가 제안한 해결방안에서 교집합을 찾기 위해 진행한 청문회 성격”이라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인만큼 소통이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마련됐다”고 말했다.

3차 조정기일은 오는 28일 각 주체별로 조정위가 2시간씩 집중적인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조정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까지는 삼성,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반올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는 가족대책위와 전반적인 얘기를 나누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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