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의 섣부른 선택, 레전드 인자기와도 결별 임박
감독 경력 사실상 전무한 인자기 감독 파격 선임
팀 상황 최악으로 치달으며 경질 수순 밟는 중
AC 밀란이 필리포 인자기 감독과의 작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인자기 감독이 이끄는 AC 밀란은 8일(한국시각), 산시로에서 열린 ‘2014-15 세리에A’ 헬라스 베로나와의 경기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밀란은 사령탑 경질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였던 베로나전에서 다시 승점 3 획득에 실패했다.
당초 밀란의 인자기 감독 선임은 시작부터 불편한 동거였다. 우선 선임 과정부터 잡음이 많았다. 대다수 축구 팬은 밀란의 인자기 선임에 대해 무모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하나다. 바로 경험이 전무한 초짜 감독이었기 때문이었다.
인자기 감독은 밀란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단 한 차례도 성인 클럽을 맡아본 적이 없다. 하지만 밀란은 세계적인 빅클럽이다. 과거에 비해 명성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명문으로 통한다. 따라서 초짜 감독에게 밀란은 무거운 짐이었고, 기대를 충족시켜주기에는 무리수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밀란은 지난 시즌 클라렌세 세도르프에 이어 두 시즌 연속 레전드와 불명예스러운 작별을 고하게 됐다. 밀란은 막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 후임으로 보타포구에서 선수로 활약하던 세도르프를 선임했다. 현역 시절 세도르프는 남다른 전술 이해도를 자랑하는 천재 미드필더로 불렸다. 감독 변신 후에도 기대를 모았지만 선수단 장악에 실패하며 반 시즌 만에 경질됐다.
인자기 감독도 마찬가지다. 그는 위치 선정의 달인으로 불리며 밀란 최전방 공격수로서 팀의 두 차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여기에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동료들의 모범이 되는 선수로도 존경받았다.
인자기 감독은 현역 은퇴 후 세도르프와 달리 곧바로 지도자 생활에 돌입했다. 그는 2012년부터 밀란의 유소년팀인 프리마베라(19세 이하)를 지도하면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시작은 좋았다. 유소년팀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감독으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 데 성공했지만 성인팀을 너무 빨리 맡은 게 문제였다. 대다수 감독들은 유소년팀을 거치고 성인팀 코치직까지 수행한 뒤에야 비로소 감독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자기 감독은 곧바로 밀란이라는 거함의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사실상 도박이었다.
이번 시즌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그러나 후반기 개막 후 밀란의 모습은 최악이다. 물론 밀란의 전력이 과거에 비해 약해진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납득할 수 없는 경기들이 속출하고 있다.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알찬 보강을 마쳤지만 반전의 여지는 없었다. 선수단 장악 실패라는 얘기마저 나오며 팀 내 분위기가 더욱 어수선해진 상태다. 그렇게 밀란은 또 한 명의 레전드를 떠나보내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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