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을 다시 말해야하는 이유①>혁명가요 지역마다 개사
이석기 부른 적기가와 흡사 "아무리 추모라도 적기가는..."
“역사란 편한대로 취사선택해 필요한 것만 기억하는 게 아니며, 역사에 대한 인정은 진보를 향한 유일한 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향해 한 역사학자의 지적을 그대로 전했다. 이는 대한민국 현대사인 제주 4.3사건에 대한 평가에서도 역시 비껴갈 수 없는 일침이다.
정부는 지난 2003년 5월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4.3위원회)의 ‘4.3진상조사보고서’를 채택하고 특별법까지 시행하면서 해당 사건이 군·경에 의한 ‘정부책임’으로 일단락시켰다. 1998년 11월 당시 ‘한라일보’에 따르면, 김대중 대통령이 CNN과의 인터뷰에서 “제주 4·3은 공산폭동이지만,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많으니 진실을 밝혀 누명을 벗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김 전 대통령이 제주 4.3사건을 사실상 ‘공산당의 폭동’임을 분명히 했음에도 그 결론은 엇갈린 셈이다.
이에 ‘데일리안’은 여전히 ‘4.3 희생자 재심의’ 여부가 정리되지 않아 남로당원에게 억울한 죽임을 당한 도민이 그 가해자와 함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상황, 4.3사건의 진상규명을 이끌어 온 4.3위원회의 정치적 편향성에 ‘공정성’ 의혹을 받고 있는 비판, 제주 4.3 헌정 앨범에 북한의 혁명가요인 ‘적기가’가 버젓이 올려져있는 내용 등 아직도 가리워져있는 제주 4.3사건의 진실을 들여다봤다. < 편집자 주 >
북한의 혁명 가요이자 6.25전쟁 당시 인민군 군가인 ‘적기가’가 지난해인 2014년 ‘산, 들, 바다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발매된 제주4.3 헌정앨범에 수록된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4.3 헌정앨범은 제주문화방송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산, 들, 바다의 노래’에 수록되었던 음악들까지를 포함해 인디신의 대표 뮤지션들이 재해석해 만들었다. 이들은 앨범 소개에서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의 하나인 제주 4.3 당시 불렸던 노래를 좌우를 떠나, 장르를 떠나, 스타일을 떠나 모았다”며 “과거와 현재, 지나간 시대와 동시대의 소통을 기록한 것으로 제주 4.3 희생자들을 위한 작은 위로와 치유의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의 의미부여와는 달리 ‘적기가’는 이미 법원에서 이적표현으로 확정판결을 받은 노래라는 점이다. 지난 1월 22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내란선동 혐의로 대법원에서 확정판결 받았을 당시에도 적기가 등을 포함해 이적표현물 소지 등 국가보안법상 고무찬양죄가 적용됐다.
또한 ‘적기가’는 전 세계의 공산혁명 투쟁가로 한국에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금지곡으로 지정됐다. 이 때문에 2004년 ‘실미도’를 제작한 강우석 감독이 ‘684부대원’들이 부르는 장면을 영화에 넣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되기도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같은 해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영화 ‘실미도’ 삽입곡인 ‘적기가’가 초·중학생들에게 확산되고 있다”며 “적기가의 유래와 부작용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여 더 이상의 확산을 차단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만큼 교육적으로도 위해하다는 판단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 자유북한방송이 신의주 소식통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이 공개한 ‘김정은이 좋아하는 몇가지’에 ‘적기가’도 포함됐다. 적기가가 여전히 북한의 혁명가요라는 이야기다.
제주 4.3사건과 ‘적기가’의 뗄 수 없는 관계는...
특히 제주 4.3사건과 ‘적기가’의 연관성은 단순히 헌정앨범에 수록된 것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노래는 그 시대를 반영한다. 그만큼 제주 4.3사건 전후로 제주도에 상당수 있었던 남로당원들과 공산혁명 세력들에 의해 많이 불리워졌음을 의미한다.
복수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공산혁명 세력들은 ‘적기가’와 ‘인민항쟁가’를 부르면서 경찰지소 12개소를 비롯한 수많은 관공서 건물을 불태우고, 우익인사와 군경가족을 습격해 반인륜적 살인 만행을 저질렀다.
또한 제주자유수호협의회가 발간한 ‘제주도의 4월 3일은?’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적기가’는 제주 4.3 당시 제주인민해방군의 군가이기도 했다. 당시에 불렸던 적기가의 가사에는 “아세아 깊은 밤에 동이 텄다 / 백두산 산상봉에 봉화 들렸다 / 거룩하다 백의민족 울부짖었구나 / 자유 그것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 가사는 제주4.3 헌정앨범에 수록된 가사와는 다르다.
헌정앨범에 수록된 적기가는 “민중의 붉은 기는 전사의 시체를 감싸고 / 시체가 식어 굳기 전에 혈조는 깃발을 물들인다 / 원수와의 혈전에서 붉은 기를 버린 놈이 어떤 놈이냐 / 돈과 직위에 꼬임을 받은 더럽고도 비겁한 그놈들이다 / 높이 들어라 붉은 깃발을 그 밑에서 굳게 맹세해 / 붉은 기 높이들고 우리는 나가기를 맹세해 / 오너라 감옥아, 단두대야 이것이 고별의 노래란다”이다. 이석기 전 의원이 불렀다는 가사와 흡사하다.
더구나 이 곡은 누구나 접속이 가능한 포털에서 버젓이 음원을 판매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동일 제주4.3사건진상규명모임 사무총장은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당시만 해도 적기가가 지역에 따라 가사가 일부 다른 것으로 확인했다”며 “제주 4.3 적기가는 주로 1947년 좌익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상당히 부른 것으로 밝혀졌다. 그 학생들이 제주 4.3에서 남로당원의 주동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총장은 “적기가는 제주 4.3 당시 제주인민해방군의 군가이기도 했다”면서 “남로당원들이 마을에서 무력시위를 할 때에도 ‘왓샤’ 구호와 함께 적기가를 불렀고, 제주인민해방군들이 행군을 할 때에도 적기가는 불러졌다”고 밝혔다. 이어 김 총장은 “적기가는 공산주의자들만이 부르는 노래였고 제주 4.3은 적기가를 부르는 집단에 의해 발발한 반란”이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제주 4.3사건의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상황에서 헌정앨범에 현대적 해석을 더한 ‘적기가’가 불러지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역시 통화에서 “국가보안법으로 확정판결을 받은 노래를 취급한다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그 의도가 무엇이든간에 빨리 (앨범에서) 빼야 한다”며 “(가수들 역시) 대한민국 사람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를 존중한다면 시비가 될만한 노래는 빼야 한다”고 우려했다.
또한 유 원장은 “앨범이 제주 4.3사건 당시 무고하게 돌아간 양민들을 추모한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추모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노래는 많다. ‘적기가’는 아니다”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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