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영수증 은행에 가서 판다?…법안 실효성 논란

윤정선 기자

입력 2015.03.18 15:27  수정 2015.03.18 15:33

여전법 개정해 카드사 외 금융기관에 채권 양도 허용 추진

카드사 매입업무 경쟁체제로 바꿔 가맹점 수수료 인하 노려

카드업계 "실효성 떨어지고, 대부업체만 살찌울 수 있어"

법안 통과시 카드사 부가서비스 조정 불가피

신용카드 부당수수료 시정법 도식화(정두언 의원실 자료 재구성) ⓒ데일리안

카드가맹점이 카드결제 이후 발생한 영수증을 카드사가 아닌 은행이나 보험사와 같은 금융기관에 팔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법안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신용카드 거래로 생긴 채권(전표)을 신용카드업자 외에 여신업을 할 수 있는 금융기관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신용카드 부당수수료 시정법)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제20조를 보면 신용카드가맹점은 신용카드에 따른 거래로 생긴 채권을 신용카드업자 외 다른 이에게 양도해서는 안 된다.

정 의원의 법안은 카드사가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는 매입업무를 은행이나 보험사 등으로 확대해 경쟁을 일으켜 가맹점수수료를 인하하겠다는 복안이다. 쉽게 카드 영수증을 사고팔수 있도록 해 가맹점수수료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발급사, 매입사 나뉘면 가맹점수수료 인하?

카드사의 업무는 발급업무와 매입업무로 나뉜다. 발급업무는 카드결제가 일어나기 전 카드사와 회원 간의 업무다. 매입업무는 카드결제가 일어났을 때 회원, 가맹점 그리고 카드사까지 이어지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발급사와 매입사가 다르다. 반면 국내의 경우 여전법상 매출채권을 양도할 수 없으므로 카드사가 매입업무를 함께 한다.

발급사와 매입사가 같다보니 매입업무로 발생한 비용은 가맹점수수료에 반영돼 있다. 만약 이를 카드사가 아닌 다른 금융기관에 넘길 수 있도록 하면, 시장논리에 따라 경쟁이 일어나 가맹점수수료가 자연스럽게 떨어진다는 얘기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카드사보다 은행의 조달금리가 상대적으로 낮다"며 "은행이 카드 채권을 매입할 수 있게 되면 가맹점수수료가 인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법안을 통해 불법 '선지급 서비스(즉시결제서비스)' 역시 양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선지급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소가맹점의 수수료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선지급 서비스는 카드사가 아닌 대부업체에서 카드전표를 매입해 카드사 대신 결제대금을 이틀에서 사흘 정도 빨리 입금해주는 것을 말한다. 현행법상 모두 불법이다.

이 같은 서비스는 카드결제일 다음 날 돈을 바로 입금해준다는 이점 때문에 급전이 필요한 가맹점을 중심으로 이용되고 있다.

카드 채권을 카드사가 아닌 다른 금융기관에 양도할 수 있게 명문화하면 공공연히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선지급 서비스가 양성화돼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정 의원의 설명이다.

법안 실효성 떨어지고, 대부업체만 살찌울 수 있어

하지만 카드업계는 이번 법안의 실효성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법안의 적용대상이 되는 가맹점은 연 매출규모 2억원 초과 1000억원 이하 가맹점이다. 이미 연매출 2억원 이하 가맹점이 1.5% 우대수수료를 적용받기 때문에 적용대상에서 빠졌다.

문제는 적용대상에 포함되는 가맹점이 전체 가맹점의 10% 안팎이라는 점이다. 특히 올해부터 2억원 초과 3억원 이하 중소가맹점도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으면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이를 적용받는 가맹점은 일부에 불과하다.

대상이 일부 가맹점에 한정 돼 전체 가맹점수수료 인하를 염두에 둔 법안 기대효과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카드사 외 다른 금융기관이 매입업무를 수행했을 때 카드사가 회원에게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법안 통과시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카드사는 가맹점수수료의 일정부분을 포인트나 할인 등으로 고객혜택으로 돌려준다. 가맹점수수료가 축소되면 카드사의 부가서비스 역시 조정돼야 한다. 당연히 고객혜택이 줄어드는 방향이다.

더구나 선지급 서비스 양성화가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이어질 개연성이 떨어져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선지급 서비스는 사실상 대부업체가 불법으로 중소가맹점 대상 고금리를 떼어가고 있는 사업"이라며 "당연히 이를 양성화해도 카드사보다 금리를 높게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문제 가맹점이 아닌 경우 카드결제 이후 3영업일 이내 결제금액을 가맹점에게 입금해준다"며 "선지급 서비스 양성화는 역설적이게 대부업체만 살찌우게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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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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