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친박’ 불출마선언...셀프 물갈이로 위기 탈출?
총선 1년 남기고 이한구 강창희 이어 손인춘까지
정가 "세대교체로 재기 노려" 당사자들 적극 부인
당내 친박계로 분류되는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차기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친박계의 대표격인 이한구 강창희 의원도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둔 가운데 잇따른 친박계 총선 이탈의 속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정계에 진출한 손 의원은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의원에 선출되고 4개월 후 경기 광명을 당협위원장을 맡아 총선 후 와해됐던 조직을 추스르며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렀다”며 “이제 당협위원장 자리를 내놓고, 총선에도 불출마하겠다”라고 밝혔다.
손 의원은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말처럼 승리에 기뻐하며 성과에 도취돼 있던 순간 제 몸에는 조금씩 이상이 왔다”면서 “급기야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간단한 수술과 일정기간 요양을 필요로 하는 질병을 얻게 됐다”며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새누리당에서 차기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제일 먼저 말한 사람은 이 의원이다. 그는 지난 2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젊고, 유능하고, 열정적인 후보자가 충분히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당협위원장직도 사퇴하고 후임자를 물색하도록 당에 요구했다”며 “나는 임기가 1년 정도 남았지만, 경제혁신과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16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이 의원은 17대부터 ‘여당의 텃밭’ 대구 수성갑에서 내리 3선을 했다. 또한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과외 교사’로 불릴 만큼 여권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로 내년 총선에서 5선에 성공한 뒤 국회의장단에 선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의 갑작스럽게 불출마 선언은 다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고, 자연스레 ‘내각 진출’, ‘후계자 준비’, ‘비례대표 출마’ 등 다양한 추측이 쏟아졌다.
그 후 한동안 상황은 잠잠했으나 강 의원이 최근 불출마 의지를 밝히면서 재점화됐다. 대전 중구가 지역구인 강 의원은 지난 4월 지역구 사무실에서 당원들과 만나 당원협의회 위원장직을 내려놓고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강 의원은 친박계 원로모임인 7인회 멤버로 박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다.
그는 그 자리에서 “대전 충남 중구 지역민에게 큰 절을 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마지막으로 국회의장까지 이루게 해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나라의 혜택을 받았기에 남은 여생을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19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직을 끝으로 평의원으로 지내고 있는 강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이번 임기를 끝으로 30여년 간의 현실 정치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
총선을 1년이나 앞둔 상황에서 잇따른 여당 의원들의 총선 포기 소식에 정계는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더군다나 이들이 모두 친박계라는 점에서 계파 차원에서 특정한 목적을 갖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여당 내 친박계는 최근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거치며 전에 비해 세력이 많이 약화 돼 있다는 평가다. 성완종 리스트에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친박계 인사의 이름이 올랐다. 이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검찰을 향해 성역 없는 수사를 당부하며 친박계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때문에 당내 위기감을 감지한 친박계 세력에서 원로 친박 의원들을 신진 세력으로 바꾸는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다시 입지를 키우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 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당내에 분포돼 있는 일부 친박 핵심 세력들이 입으로는 당내 쇄신과 개혁을 외치면서 정작 본인들이 물러나지 않고 특정 인물을 희생양 삼아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려는 의도가 숨어 있지 않는가 하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당사자측은 전혀 사실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한구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의원이 현재 국회 창조경제특별위원회를 맡고 있는데 그에 대해 역량을 집중하고 싶어서 불출마선언을 한 것”이라며 “계파 구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친박 모임에도 크게 활동하는 것도 없다. 친박이라는 테두리로 묶이는 게 아니라 정책적 방향성이 대통령과 함께한 것”이라며 “계파 차원의 활동이 아니다. 친박계의 그런 움직임이 있다면 친박 모임을 주도하는 쪽이 알고 있을지 몰라도 우리는 잘 모른다”라고 말했다.
손 의원측 역시 “우리가 친박인가?”라고 반문하며 “그동안 당협위원장을 맡으면서 당직도 맡고 지역구도 맡고 상임위 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스트레스와 함께 피로가 누적돼서 건강이 좀 안 좋아져서 불출마를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친박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며 “(문제 제기의)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발을 뺐다.
이런 가운데 주요 친박 의원의 한 관계자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계파 차원의 총선 불출마 움직임 여부를 묻자 “잘 모른다”라며 “이 의원의 경우에는 나이가 많아 의원직을 내려놓겠다는 것이고 강 의원은 국회의장직을 맡은 이후 다음 총선에 나가지 않는 전례에 따라 불출마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나는 정확하게 모르겠다”라며 “상식적 수준에서 이 부분이 그렇게까지 정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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