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올 시즌 무관이 유력해진 레알 마드리드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또다시 퇴진설에 휩싸였다.
레알은 14일(한국시각) 유벤투스와 '2014-15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홈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이로써 레알은 1·2차전 합계 2-3으로 져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레알은 이미 코파 델 레이에서 탈락한 데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바르셀로나에 이어 2위로 처져 자력 우승 가능성이 희박하다. 사실상 마지막 희망이었던 챔피언스리그 2연패의 꿈마저 좌절, 올 시즌을 빈손으로 마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라이벌 바르셀로나가 트레블에 도전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스페인 현지 언론들은 안첼로티 감독이 챔피언스리그 탈락으로 경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후임 감독 후보들을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르겐 클롭 도르트문트 감독, 지네딘 지단 카스티야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레알은 세계 최고의 명문클럽으로 수많은 지도자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지만, 그만큼 '명장'들의 무덤으로도 악명이 높다. 세계적인 감독들도 레알 사령탑을 맡아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고, 장수한 경우는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항상 최고만을 원하는 레알 특유의 일등주의와 더불어 극성스러운 현지 언론과 팬들의 성화도 만만치 않다. 성적과 내용, 두 가지의 조건을 모두 잡아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단 한 시즌이라도 성과가 부진해도 팽 당하기 일쑤다.
레알의 감독 잔혹사가 도드라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레알은 2001-02시즌 이후 12년 동안 챔피언스리그에서 무관에 그쳤고, 리그 우승 경쟁과 통산 성적에서도 바르셀로나에 밀렸다.
이 기간 레알 마드리드가 갈아치운 감독만 무려 10명에 이른다. 잘린 감독들의 면면을 보면 거스 히딩크(현 네덜란드 대표팀), 비센테 델 보스케(스페인 대표팀), 파비오 카펠로(러시아 대표팀), 카를로스 케이로스(이란 대표팀), 조세 무리뉴(첼시), 마누엘 페예그리니(맨시티) 등 '감독 올스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호화 라인업이다.
이들 모두 성적이 나빠서 물러난 것은 아니다. 카펠로 감독처럼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도 구단과의 불화로 경질된 케이스도 있다. 무리뉴 감독은 마지막 시즌 무관에 그친 성적도 문제였지만 선수단 및 팬들과의 불화가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쯤 되면 독이 든 성배가 따로 없다.
안첼로티 감독은 전임자들에 비해 확실한 성과가 있었다. 바로 레알이 오랜 세월 기다려왔던 '라 데시마(챔피언스리그 10회 우승)'의 한을 풀어낸 것이다. 합리적인 리더십과 포용력을 바탕으로 선수단 내 신망도 높았다.
그러나 2년 연속 리그 우승 경쟁에서 밀려난 데다 올 시즌 무관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며 안첼로티 감독 역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례를 볼 때 레알이 안첼로티 감독을 자르는데 크게 망설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치명적이지만 달콤한 독이 든 성배를 원하는 거물급 지도자들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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