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말고 '어리버리 김수현'이 중화권에 먹힐까
<김헌식의 문화 꼬기>배용준 이민호가 걸었던 실패의 전철 밟을수도
드라마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에서 형성된 이민호의 중화권 인기는 상상을 초월해왔다. 이민호의 말이나 몸짓, 그리고 관련 이미지와 영상 콘텐츠는 항상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왔다. 대개 이럴 경우 이민호의 스타파워는 절대적인 것으로 보인다.
스타파워는 흥행 성공과 직결시키게 된다. 즉, 이민호가 어떤 작품에 출연해도 흥행은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절대적인 팬층이 형성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남신(男神)의 경지에 올랐다고 여길수록 이러한 인식은 확고부동하겠다.
그런데, 여기에서 팬들이 이민호에 대한 선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 정확하게 판단해야 그의 후속 작품에 대한 선택을 바람직하게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민호의 팬층이 그렇게 두껍게 형성되어 있는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은 좀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든다.
지금 절대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확실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이민호에 대한 선호는 이민호라는 사람 자체에 주목이라기보다는 이민호가 드라마에서 맡았던 캐릭터를 사랑하는 것이다. 이민호는 나름의 일정한 캐릭터를 선보였고, 대개 그것은 팬들이 선호하는 점 그러니까 이상적으로 바라는 남성상을 담고 있는 캐릭터이다. 따라서 어떤 작품에 출연해도 흥행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예컨대, 배우 이민호는 영화 ‘강남, 1970’에 출연했다. 이 영화는 이민호의 차기 출연작이기 때문에 상당히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 주목도에 비해서 결과는 거의 언급이 안될 정도였다. 왜 그럴까? 영화와 드라마는 다른 장르적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소비 공간과 접근성이 매우 다르기 때문인가.
그것보다 영화 ‘강남, 1970’은 그동안 이민호가 유지해온 캐릭터와 정반대였다. 이민호에게 바라는 팬들이나 수용자들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반대지점에 위치하고 있었다. 부유층의 매력적인 상남자라기보다는 불행한 빈민층 조직 폭력배 역할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런 상류층을 공격하고 있고, 이민호는 의식있는 배우인 것처럼 여겨질 여지를 갖는다. 결국 스타의 파워가 무조건 흥행을 보장한다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스타의 입지를 훼손한다. 그것은 팝 컬처, 대중문화적 속성을 거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는 아미 배용준의 사례에서도 알 수가 있었다. 배용준의 인기는 ‘겨울연가’에서 비롯했다. 그런데 ‘겨울연가’의 인기에 힙입어 여러 노력이 있었지만, 결국 배용준은 ‘겨울연가’의 파생 이익에 있었다. 예컨대,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경우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었고, 극장판까지 만들어졌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긍정적이지 않았다. 스타피디에 스타 작가 여기에 한류스타 배용준이 결합되어 있었는데 말이다. 왜 그러했을까. 결국 이민호의 사례와 마찬가지였다.
이 작품은 ‘겨울연가’에서 보였던 매력이 없었다. 일본 여성들이 좋아하는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점이 없었던 것이다. 특히 ‘겨울연가’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흔적조차 없었다. 전투 사극에다가 고구려 이야기와 한국의 역사이야기가 결합되어 있던 점은 환타지 차원의 요소를 특수효과에 버무려냈음에도 무력했다. 결국 이러한 작품도 스타파워가 무조건 흥행을 보장한다는 생각을 전제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발행한 전형적인 오류의 사례였다.
김수현의 경우, '별에서 온 그대'로 중화권 핫스타의 반열에 올랐고 이때문에 최근에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프로듀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김수현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를 생각한다면 드라마 '프로듀사'는 한류 흥행을 보장받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이 드라마는 대형 스타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고, 내용도 참신한 면이 있다. 드라마와 예능이 결합되고 있고, 실제 방송국 프로그램과 제작현실이 사실감을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사와 설정이 드렌디한 감각을 담으려 한다.
이러한 점이 대중적인 흥행의 원인이 되려면 한국 방송국에 대한 경외와 선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김수현에 대한 대중적인 인기는 이와는 별개이다. 더구나 한국의 방송 프로그램이나 인력에 대한 선호는 대중적인 드라마 소비와는 다른 문제다. 사람들은 방송국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나 기대가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의 내용이나 그안의 캐릭터를 좋아할 뿐이다.
한류 현상이 일어난 것은 스타나 제작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소망스럽고 이상적인 이미지와 스토리, 캐릭터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류스타로 입지를 구축한 배우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거꾸로 그런 요인들이 없다면 언제든지 수용자들은 팬임을 포기하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이미지, 캐릭터를 보여주어야 한다. 여기에 중화권, 나아가 아시아 다른 나라의 콘텐츠에서는 없는 요인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점은 김수현 출연작 드라마 '프로듀사'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