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감기' 뜨고 '연평해전' 울상

부수정 기자

입력 2015.06.08 09:15  수정 2015.06.08 09:40

'연평해전' 개봉 미뤄…영화관 한산

과거 재난영화 재조명 검색어 상위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대중·문화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신작 개봉일이 연기되는가 하면 주말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눈에 띄고 줄고 있다.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도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투자·배급사 뉴(NEW)는 "10일 개봉 예정이었던 '연평해전'의 개봉일을 24일로 연기했다"고 5일 밝혔다.

뉴는 "최근 사회적 상황과 그에 따른 국민 정서를 고려해 부득이하게 개봉일을 변경했다"며 "'연평해전' 관계자들은 더는 메르스 피해가 없기를 바라며 이른 시간 내에 사태가 안정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개봉일 연기에 따라 8일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서해 수호자 배지 수여식은 잠정 연기됐으며, 그날 해군을 대상으로 한 영화 시사회는 취소됐다. 또 같은 날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VIP 시사회도 취소됐다.

다음 달 2일 개봉 예정이었던 한효주 주연의 '뷰티 인사이드'도 개봉일 변경을 논의 중이다. '연평해전'의 개봉일 변경에 따른 라인업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주말 극장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주말 전국에서 극장을 찾은 관객은 각각 68만7872명(토요일), 53만6920명(일요일)이다.

이는 전주 토요일과 일요일보다 각각 16만3379명, 21만1056명 줄어든 수치다. 관객들은 "메르스 때문에 외출이 꺼려지는데 밀폐된 공간인 영화관에 갈 생각이 안 든다"고 말하는 분위기다.

서울 금호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최모씨(37)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메르스 사태가 번진 이후 극장에 간 적이 없다"며 "특히 집에 아이가 있어 더 조심하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에는 "영화관에 가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영화관과 메르스는 관계가 없느냐?", "마트·영화관 등 공공장소는 안 가는 게 낫다"는 글들을 볼 수 있다.

영화관에서 메르스 여파를 느꼈다는 누리꾼들의 글들도 있었다. 트위터 이용자@crystal****는 "어제 영화관에서 손 씻으려고 줄을 섰다. 다들 손 세정제를 묻혀서 정성 들여 씻고 말리는지. 메르스로 달라진 영화관 화장실 풍경이었다"고 말했다. 트위터 이용자 april**** 역시 "영화관에 사람이 없다. 메르스 여파인 듯"이라고 했다.

영화 '연평해전'·'감기' 포스터. ⓒ 뉴·아이러브시네마

이 같은 상황에 극장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CGV는 손 소독기, 세정제, 스태프용 마스크 등을 일부 지점에 비치했고, 롯데시네마도 손 세정제를 비치하는 등 영화관 위생에 신경을 쓰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공연장도 초긴장 상태다. 이문세는 지난 5일과 6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5 Theatre 이문세' 공연을 11월 13일과 14일로 연기했다. 공연 취소와 관련해 이문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이문세는 "메르스 사태 때문에 공연계에서도 비상이다. 모임이나 공연 등 사람들이 모인 곳을 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점차 점차 나아지기를 기다리며 공연을 준비해왔으나 많은 분이 불안한 시기에 공연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예방 차원에서 부득이하게 성남 공연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장훈은 7일 성남 중앙공원 야외공연장에서 '김장훈 최강콘서트' 콘서트를 열 예정이었지만 이 또한 연기됐다. 지난 6일 제주아트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전인권밴드의 '걷고, 걷고 두 번째'의 공연도 무기한 연기됐다.

한편 메르스 사태 때문에 재조명되는 영화도 있다. 2013년 8월 개봉한 재난영화 '감기'가 그렇다. 영화는 1초에 3.4명이 감염되는 사상 최악의 감기 바이러스가 퍼져 국가적 재난사태로 번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2년 전 개봉한 영화인데도 영화 종합 일간 검색어 8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 이례적이다.

상영할 당시 3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으나, 평단에서 혹평을 들었던 영화는 최근 누리꾼들로부터 "재평가 되는 영화", "현실이 된 이 영화가 무섭다", "메르스 사태를 예견한 영화다. 다시 봐도 재밌다"라는 반응으로 평점 10점을 받는 '웃픈'(웃긴데 슬픈 느낌) 성적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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