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훈 '맙소사 아닌 마법사' 신루트 발견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입력 2015.06.12 07:02  수정 2015.06.13 13:25

정교한 왼발로 UAE와 평가전 선제 결승골 폭발

세트피스 약했던 슈틸리케호 새로운 무기 장착

[한국 축구 평가전]염기훈이 새로운 공격 옵션으로서 슈틸리케호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연합뉴스

감량으로 정교함을 더한 왼발로 K리그를 평정한 염기훈(32·수원 삼성)이 7년 만에 축구대표팀에서 프리킥 골을 터뜨렸다.

사실 염기훈은 2010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결정적인 득점찬스를 놓쳐 국민적인 비난을 들었다. “오른발이 더 편한 상황에서 굳이 왼발을 써 기회를 날렸다”는 거센 비난이었다. 1-4 대패 후 화풀이 대상이 필요한 상황에서 ‘왼발의 마법사’로 불리던 염기훈은 졸지에 ‘왼발의 맙소사’가 되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하지만 염기훈 말대로 모두 지난 일이다. 올해 들어 염기훈은 정교함을 더한 왼발로 업그레이드됐다. 오랜만에 합류한 국가대표팀에서도 그 활약은 계속됐다.

염기훈은 11일(한국시각) 말레이시아 샤알람 스타디움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 A매치 평가전에서 전반 44분 왼발 프리킥으로 선제 결승골을 쐈다. 50번째 A매치에서 기록한 4호골이자 지난 2008년 2월 동아시아연맹컵 일본전 이후 2665일 만에 나온 골이다.

슈틸리케호로서는 첫 프리킥 골이다. 그동안 대표팀은 프리킥 등 세트 플레이에서 골이 터지지 않아 고전했다. 상대적으로 개인기가 다소 떨어지는 한국으로서는 세트피스 골이 나오지 않는다면 득점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홍명보호의 브라질월드컵 졸전의 원인 가운데 하나도 터지지 않는 세트피스였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허정무호’가 16강에 진출할 수 있던 원동력도 세트피스였다. 그리스와 조별리그 첫 경기, 나이지리아와 마지막 경기 모두 코너킥과 박주영의 프리킥 등 세트피스에서 골이 나왔다.

그러나 올 시즌 K리그에서 가공할 프리킥 능력을 내뿜고 있는 염기훈이 슈틸리케호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기대를 모은다. 염기훈은 수원에서 K리그 13경기 7골 6도움으로 리그 득점과 도움 부문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프리킥 능력만 지닌 것은 아니다.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 2015 아시안컵 때의 슈틸리케호에서 보기 힘든 위력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염기훈의 킥은 위협적이다. 원하는 곳에 볼을 보낼 줄 안다”며 칭찬했다.

또 수원에서의 6도움에서도 알 수 있듯, 이타적인 플레이도 주목할 만하다. 왼쪽 측면 날개로 선발 출전한 염기훈은 UAE전에서도 이용재(23·나가사키)와 손흥민(22·레버쿠젠)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줬다.

‘신무기’ 염기훈의 가세는 오는 16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미얀마와 ‘2018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 첫 경기를 앞둔 슈틸리케호에는 큰 힘이다.

밀집수비로 실점 최소화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이는 미얀마는 거친 플레이로 자기 진영에서의 위기를 모면할 것이 자명하다. 이때 프리킥을 유도해 염기훈의 왼발을 더한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염기훈이 새로운 공격 옵션으로서 슈틸리케호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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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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