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맡기면 2.9%, 3년 맡기면 2.4%
매파적 한은에 금리 인하 기대 꺾여
주식 활황에 단기예금 등 선호 뚜렷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 ATM기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뉴스
은행권의 6개월 만기 단기예금 금리가 오르면서 예금 판도가 바뀌고 있다. 통상적으로 예금은 기간이 길수록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최근 시중은행에서는 짧게 맡길수록 이자를 더 많이 받는 금리 역전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고 시장금리가 급등한 데다, 주식시장으로의 역머니무브를 위한 대기성 자금이 단기 예금에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6개월 만기 예금 금리는 우대금리를 포함해 연 2.75~2.90%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장기 상품인 36개월(3년) 만기 예금 금리는 우대금리를 포함해도 연 2.40~2.60% 수준이다.
3년을 맡기는 것보다 6개월을 맡길 때 이자를 최대 0.5%포인트(p)가량 더 받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통상 금융 시장에서는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높게 설정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돈을 장기간 묶어두는 불편함과 미래의 물가 상승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므로 그에 따른 보상으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
은행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처럼 만기가 10년, 30년에 달하는 장기 대출을 운용하기 위해 안정적인 자금원이 필요한 입장이다.
단기 예금은 고객이 언제든 인출할 수 있어 자금 운용이 불안정하지만, 장기 예금은 자금을 안정적으로 굴릴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 때문에 은행은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장기 자금을 유치하려고 노력하며, 여기에 장기 금리 변동 위험에 대비한 비용까지 반영돼 초기 금리가 높게 설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속 동결하고 인하 기조를 사실상 멈추면서 매파적 신호를 보냈다.
지난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2.50%로 4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특히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그간 유지해온 '금리 인하 기조'라는 문구를 삭제하기도 했다.
시장은 이를 당분간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강력한 매파적 신호로 해석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최근 국고채 금리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치솟았다.
5월 말 2.3%대에 머물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27일 3%대로 올라선 뒤 3.0%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은행의 단기 예금 금리 역시 시장 금리 변동을 즉각 반영해 가파르게 상승했다.
금융소비자들의 투자 심리 변화도 금리 역전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언제든 다른 투자처로 자금을 이동할 수 있는 6개월 단위의 단기 예금이나 파킹통장에 대한 선호가 높아져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리면서 단기 금리 메리트가 커지고 장기 예금의 매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은행에서도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자금 조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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